원.달러 환율이 31일 장중 한때 달러당 9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종가는 900원 선을 간신히 지켰으나 800원대 진입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가 다시 꺾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6원30전 급락한 900원70전에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1997년 8월26일의 900원50전 이후 최저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따른 글로벌 달러 약세의 영향으로 하락 압력이 거셌다.

개장 초부터 달러 매물이 쏟아지면서 오전 내내 901원 선에서 공방을 벌이다 오후 들어 매물이 집중되면서 한때 899원60전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장중 800원대로 내려간 것은 1997년 8월28일 이후 10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은 900원이 깨진 뒤 외환 당국이 달러화 매수 강도를 높이면서 902원 선으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다시 매물이 나오면서 900원 선으로 되밀렸다.

외환 당국이 장중 내내 개입성 매수를 보였지만 환율 하락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국은 이번 주 들어 사흘간 시장에 개입해 25억~30억달러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900원 선에 몰려 있는 은행들의 환옵션 관련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 것도 장중 900원 선 붕괴를 이끈 요인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FOMC가 1일 새벽(한국시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면서 FOMC가 성명을 통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900원 선 붕괴는 물론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은행들의 옵션 관련 매물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880원 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으로 이날 유럽 외환시장에서 달러.유로 환율은 장중 한때 1.4467달러에 거래돼 1999년 유로화 유통 이래 최고치에 달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