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스기 노부야 < 한국후지제록스 최고고문 nobuya.takasugi@kor.fujixerox.com >

2년 전 한일문화교류기금 금상을 수상했던 한국 전통무용가 김리혜씨가 각색하고 안무한 '하얀 도성사'가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됐다.

'도성사' 이야기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설화로 노,가부키,분락쿠 등으로 각색돼 널리 알려져 있다.도성사의 불타 없어진 범종을 재건하는 날 여인의 원령이 기생으로 변신해 춤을 추며 공양을 방해하지만 승려들의 염불로 실패한다는 줄거리로,사랑에 실패한 여인의 한과 사자의 원한이 그려진 이야기다.이 설화에는 고대,토착 일본인과 한국인의 갈등 역사를 그 기원으로 한다는 설도 있어 한국과 일본의 얽힌 실타래를 느끼게 한다.

'도성사'를 '하얀 도성사'로 한 것은 백의민족이라고 불리는 한국인의 색을 상징한 것이다.

'도성사' 이야기는 일본의 고전으로 필자는 두 가지 관점에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첫 번째는 일본의 고전무용과 한국무용의 조화다.특히 일본의 고전 '노(能)'는 여백을 취하는 방법이 중요한데 이를 김리혜씨가 어떻게 도전할 것인지가 흥미로웠다.

두 번째로 일본의 고전음악(방악)과 한국의 전통음악(국악)의 조화다.방악을 '정(靜)',국악을 '동(動)'이라고 할 때,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런 필자의 흥미이자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김리혜씨의 춤은 '간(間)'의 의미를 완전히 넘어선 한무(韓舞)였다.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춤을 추고 있으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만나는 것 같은 순간이 있습니다.생각을 거듭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몸이 이에 반응합니다.발을 딛고 손을 올려 공중에 원을 그리고 숨을 멈추며,품고,놓고….움직임이 춤이 됩니다.

" '정'과 '동'의 조화도 기우로 끝나 버렸다.한국 측 음악감독을 맡은 장구의 일인자 김덕수씨는 "한ㆍ일 양국의 전통음악은 각각 그 나름의 맛과 호흡을 발전시켜 왔다.이 둘은 끊임없이 서로 만나야 한다.만나야만 관계가 생긴다.새로 만들어지는 관계는 조화로워야 한다"고 말하며 필자를 비롯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그 조화의 접점에는 키보드가 큰 역할을 했다.'정'을 표현하는 방악의 대표 악기는 쯔쯔미라는 악기다.쯔쯔미는 와사비와 같이 예리한 울림이 있다.'동'을 표현하는 국악은 장구,꽹과리,대금,징,태평소,아쟁 등으로 연주하며 이는 비빔밥 같은 어울림이 있다.키보드는 와사비와 비빔밥을 잘 조화시킨다.

'하얀 도성사' 공연은 한국과 일본 문화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