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각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식품과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 때문에 통화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주요국 물가지수는 하반기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를 통용하는 유럽 13개국 경제권)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3%(이하 전 분기 대비,연율 기준)로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물가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것은 6년여 만에 처음이다.

독일이 13년 만에 최고치인 3%를 기록했다.

영국 물가는 지난 10월 2.1% 상승했다.

미국 물가도 지난 10월 3.5% 올랐으며 중국은 6.5%로 8월 수준으로 다시 치솟았다.

FT는 비싸지는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물가 수준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 시각에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장기 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그래서 인플레이션 판단 기준이 되는 근원(core)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다.

하지만 이런 전통적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할 정도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는 "상품(commodity) 가격과 전체 물가의 관계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물가관리가 최근 수년간 신통찮았던 것도 이런 구조적 변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FT는 각국 통화당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처하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가 글로벌 성장과 각국 경제의 성장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주의깊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흥경제국들은 신용위기의 초기 충격에서 대체로 벗어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억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HSBC의 스티븐 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으로선 신흥경제국 사람들은 전적으로 물가상승과 경기과열,과잉 유동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 통화당국은 그러나 성장세를 살려나가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 어느 정도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투자자들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당국의 시각차가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침체를 걱정하는 반면 FRB는 내년에 성장세가 회복되고 실업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달러 약세를 가속화하고 유가 상승과 미국 내 물가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