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내년이 더 문제다 ‥ 제조업체, 가격인상 시기만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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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감축이라도 해서 비용을 확 줄이거나 원료값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에요."
한창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고심 중인 한 대형 생활용품 제조업체 A사의 임원은 "내년 원재료값 상승률을 20%로 잡고 있다"며 "올해도 그만큼 올라 이미 비용절감은 사람 자르는 것 말고는 다 했기 때문에 제품별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중국발(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고유가 등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제조업체들의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생활용품,식음료 제조업체 등 소비재 분야 기업들은 뜀박질하고 있는 원료비 상승을 더이상 견디기 힘든 것으로 판단,대폭적인 제품값 인상 방침을 정해 놓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요즘 소비재 부문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비용 절감'이다.
A사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내년엔 올해보다 단 1%라도 잘하겠다고 경영 계획을 세우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제반 여건은 1% 증가 요인은커녕 20% 이상 마이너스 요인이 예상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 업체인 L사 관계자는 "샴푸 치약 세제 비누 등 제품 대부분이 석유 부산물로 만들어진다"며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덤 증정 등의 프로모션 행사도 대폭 축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들도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원료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에서 환율 변동폭도 커 수지를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제조업체의 고심이 그대로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올 들어 시내버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른 데다 각종 원재료값 상승을 반영해 밀가루,식용류,음료,아이스크림,세제,휴지 등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이 제품값을 올려 놓은 상태다.
한 음료업계 관계자는 "해태음료와 롯데칠성음료 등이 올 상반기에 10% 정도 대형마트 납품가격을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렌지 음료 가격은 조만간 20~30%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가격 저항을 예상해 인상을 미뤘지만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올해 10% 선까지 가격을 올렸던 과자와 아이스크림 업체들도 내년 초 추가 인상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마트들은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효과를 억제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한 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공급가격 상승률이 10~15% 선"이라며 "소싱(sourcing)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의류는 베트남,플라스틱류는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스테인레스는 이미 태국 인도로 소싱 루트가 넘어갔고 원목도 말레이시아산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유재혁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