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길잡이] 권호걸의 통합논술 뽀개기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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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지난 시간에 한양대 2008학년도 2차 모의고사 [문제 1]을 살펴보았다.
지난주 지상 강의 끝부분에 한양대 측에서 공개한 예시 답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 있다.
지면 사정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사실 대학 측에서 공개한 예시 답안도 가끔 잘못된 경우가 있다.
물론 채점을 하는 대학에서 자신들이 공개한 답안이 맞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술은 보편적인 '논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할 수도 없다.
더구나 예시 답안은 말 그대로 '예시 답안'일 뿐이지 최고의 답안은 아니다.
따라서 대학 측에서도 무조건 예시 답안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시 답안은 말 그대로 '예시'일 뿐이다.
여러분들도 그러한 점을 고려해 공부해야 한다.
자신이 쓴 답안이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풀어내고, 논리가 타당하다면 예시 답안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다만 자기의 논리는 '자기만의 논리'여서는 안 될 일이다.
거듭 강조하듯이 논리는 만국 공통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2. 논술은 미로다
오늘 살펴볼 문제는 한양대 2008학년도 2차 모의고사 [문제 2]이다.
[나] 심층생태학(deep ecology)에 대한 대안으로 뤽 페리(Luc Ferry)는 민주생태학(democratic ecology)을 제안한다.
이는 인간의 권리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은 물질이나 기계가 아니며 인간을 위한 도구도 아니다.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인정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인간의 최우선 임무는 아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것을 선용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의미이다.
또한 인간은 자연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무한정 소비할 정도로 지성이 부족한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관심은 자연적 삶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지 자연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아니며, 자연을 남용하는 것이 인간의 자유를 신장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장주의와 자본주의는 환경론적으로 의식화된 소비자를 길러 냄으로써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정도의 환경 파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페리의 자유관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한편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한가 혹은 악한가라는 질문은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본래적으로 인간은 선하며 동시에 악하기도 하다.
동물의 본성도 마찬가지이다.
동물도 때로는 상대방에게 우호적이며 때로는 해를 끼친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선행이든 악행이든 그것을 계획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과 그럼으로써 극도로 선하거나 극도로 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페리는 고문 도구를 전시한 벨기에의 박물관을 예로 들면서, 세상에 다른 사람을 저토록 괴롭힐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계획적으로 고안해 낸 종은 오직 인간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인간은 동물이 저지르는 악행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고 극단적인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얼마든지 계획을 세워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자연이나 선과 같은 자신의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조직하는 존재이다.
이런 조직의 결과가 바로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가 때로는 훌륭하고 때로는 수치스럽기도 한데, 이는 모두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인간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인간은 본래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선행과 악행은 역사를 만들며, 그 역사에 대한 책임은 자유로운 선택을 했던 인간에게 귀속된다.
이것이 바로 자유가 책임을 동반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 1992년 리우 환경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은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돼 2005년 발효됐다.
교토의정서의 가장 큰 의의는 선진국에 대한 양적 감축 의무를 규정한 것에 있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년부터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이에 선진국들은 에너지 이용 효율 증대, 신재생 에너지 보급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 향상시키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 올리는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3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발표했다.
2001년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미국도 2017년까지 석유 소비량을 20%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15% 확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 체제 등과 같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메커니즘을 도입하였다.
배출권 거래제는 환경재에 대해서도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여 시장에서 배출권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은 국가별로 설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다른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하여야 하며, 초과 달성한 경우에는 반대로 배출권을 팔 수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적은 비용으로 줄일 수 있는 국가들은 배출량을 줄여 배출권 판매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출권을 구입하여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감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개별 국가들의 유인도 커진다.
현재 배출권 거래는 EU,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배출권 거래는 교토의정서 상 의무감축 기간이 시작되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거래 시장은 현재 3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개발 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여 감축한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자국의 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이다.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이 주요 투자국이며 중국, 인도 등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700여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 사업으로 약 1억5000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라] 저는 모임에 참석한 수천 명의 자매 여러분들이 걸쳤던 보석들을 대부분 헌납한 것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수백만 명이 거의 기아 상태에 있는 이 나라에서,보석으로 치장하는 것은 눈에 거슬리는 일입니다.
인도 여성들은 현금을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걸친 보석들은 주인인 남편의 허락 없이는 내줄 수 없다 해도 여러분의 소유물입니다.
제 생각에 값비싼 보석을 걸치는 풍토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이는 보석함에 넣어 놓거나 몸에 걸치거나에 상관 없이 치명적입니다.
보석을 단념하는 자기 정화의 노력은 분명히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려거든 기쁘게 하십시오.
여성 여러분들은 자신을 속박했던 것들과 헤어지게끔 이끌어 준 저에게 축복을 내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적잖은 남성들도 가정에 단순함을 가져다 준 역할을 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난을 껴안은 것에 대해 흐믓함을 느낍니다.
한 닢을 벌기 위해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값비싼 장신구를 걸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불가촉 천민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은 아예 없는 것입니다.
[문제 2] 제시문 [다]에 제시된 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을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제시문 [라]를 참고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시오.(700~800자)
'어떤 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시오'라는 문제는 자주 출제되는 유형 중 하나이다.
'보완하시오'라는 요구 사항의 이면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뜻이 존재한다.
따라서 보완할 점을 찾는다는 것은 부족한 점을 찾는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제시문 (다)의 내용을 보자.
(다)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내용은 교토의정서의 도입 배경으로, 교토의정서의 가장 큰 의의는 '선진국의 감축 의무를 규정한 점에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둘째 '배출권 거래 허가제'에 관한 내용이다.
셋째는 '청정개발 체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다)의 내용을 (나)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자.
(나)의 저자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시장주의와 자본주의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할 때,이성적인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이 입장에서 볼 때,교토의정서를 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제시문 (나)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례로서 작용한다.
더구나 계획을 세워 환경을 보호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렇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 지점에서 더 이상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하고 멈칫거리고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제시문 (라)를 살펴보자.
제시문 (라)는 두 가지 내용이 나온다.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얘기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전술한 행위가 자발적인 행동이었다'라는 내용이다.
자, 잠시 다른 얘기를 해 보자.
미로찾기 놀이를 할 때 우리는 보통 입구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답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선택의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으로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살펴본 유형의 문제 풀이법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학생들은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찾으려고 고생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문제에서 요구한 것은 '(라)를 참고할 때 보완할 수 있는 문제점'이지 그냥 일반적인 내용의 문제점은 아니다.
때문에 설사 학생들이 제시문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라)의 내용에서 볼 때의 문제점이 아니라면 헛수고를 한 셈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유형의 문제를 풀 때는 '답을 가지고 푼다'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럼 다시 문제를 살펴보자.제시문 (라)의 두 가지 내용을 각각 제시문 (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 보자.
첫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제시문 (다)에 나오는 교토의정서는 그 주된 대상이 선진국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제시문 (라)의 내용과 비슷하다.
(라)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해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부분을 보고 A학생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뼈대를 이루는 답안을 썼다고 하자.
'제시문 (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이러한 입장은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성장하기 위해 탄산 가스를 많이 배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온난화의 책임도 선진국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선진국의 책임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이 답안은 실제 오프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이 자주 작성하는 답안 중 하나이다.
여기에다가 약간의 살만 붙이면 그럴 듯한 답안처럼 보인다.
일단 이 정도 짚어만 두고 다음 답안으로 가 보자.
두 번째 가능한 답안은 선진국들의 자발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답안이다.
'제시문 (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보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이러한 '자발성'은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의 감축 의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작용 기제가 이익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이익이 없다면 얼마든지 의무를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라)에 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은 이익과 상관 없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두 가지의 답안 말고도, 세 번째 유형으로 두 답안을 섞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선진국들의 책임을 강조한 뒤 자발성을 강조하면서 답을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는 두 답안만을 비교해 보자.
두 가지 가운데 어느 답안이 더 나은가?
또한 알아 둘 것은 두 가지 답안 모두 문제를 먼저 분석한 뒤 답을 살펴본 것이 아니라 답으로 가능한 내용들을 먼저 추출한 다음 문제에 적용하는 역순의 풀이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필자가 봐도 두 번째 답안이 조금 더 잘 썼기 때문에 설명하는 측의 입김이 조금은 작용하는 설명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러나 상관 없다.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 답안인가라는 식의 '답 맞추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설명은 언어 영역에서나 할 일이다.
논술은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곤란하다(사실 대부분의 기존 해설이 그래 왔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와 '제시문의 틀을 준수하라'이다.
우선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됐을 거라고 본다.
부연하자면, 최근의 논술 문제는 '답이 있는 논술'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번 문제와 같은 유형이 아니더라도 제시문 안에 일정한 답을 숨겨 놓고 다른 제시문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라는 유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언제든지, 답을 제시하는 제시문의 내용을 완전히 독해한 뒤 그 내용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미로를 푸는 방식을 생각한다면 그 원리가 훨씬 이해가 잘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시문의 틀을 준수하라'는 내용을 설명해 보자.
지면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분들에게 '출제의 원리'를 설명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출제자는 문제를 만들 때 주제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다.
주제를 생각한 뒤, 그 주제에서 물어볼 내용을 고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물어볼 수는 없다.
때문에 제시문을 고르고, 혹은 창작한다.
제시문 속에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숨겨 두고 그것을 질문의 형태로 묻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를 풀 때 △왜 이런 제시문을 냈을까 △왜 이렇게 질문을 구성했을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한 방식의 논술 풀이법이다.
필자는 이러한 출제자의 의도를 흔히 '제시문의 틀'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오늘 푼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간에 풀어 본 문제에서 출제자가 묻고자 했던 내용은 '인간의 자유'였다.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문제 3]도 역시 '자유로운 인간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천국'에 관한 내용이다.
이상을 고려해 볼 때 출제자가 결국 묻고 싶었던 주제는 '인간의 자유'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문제 2] 역시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경우에라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용은 '인간의 자유'를 설명하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문제 2]의 답안은 두 가지의 가능한 내용 중 후자가 중심이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번 문제의 경우는 두 답안이 내용적 측면에서도 우위가 드러나기 때문에 별개의 사안에 속하지만 만일 내용적 측면에서 우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한 내용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논리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경험을 여러분도 겪을 수 있다.
3. 사고법이 중심이 되어야 할 논술 강의
오늘 강의 내용을 잘 이해했는가?
반복하자면 오늘 강의에서 소개한 사고법은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와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하라'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강의로 오늘 소개한 내용을 다 설명하기란 무리이다.
다양한 문제를 풀면 훨씬 더 다채롭게 설명해 줄 수 있으나 아쉽지만 지면 상으로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듯싶다.
본고사다 뭐다, 연일 난리다.
그러나 아무리 대학이 자율화된다고 해도 10여년 전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 봐야 했던 교과 지식을 측정했던 본고사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억제해야만 하는 대학과 정부의 입장이 최우선적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의 논술가이드 라인을 신경 쓰면서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노력이 통합 논술이라는 새로운 시험 형태로 자리 잡은 지금, 다시 과거의 본고사로 회귀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다만 논술이 지금보다 조금 더 답이 있는 논술로 갈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면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답이 아니라 사고법이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고3 수험생의 경우 만일 여러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아직도 배경 지식을 설명하고 있고, 문제를 풀어 줄 때 문제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아니라 답 맞추기식, 내용 설명식 강의를 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말하지만 그런 강의는 실전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글 마지막에 있는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폼으로 달아 놓은 게 아니다.
처음에는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이메일 함을 열어 보면 학생들의 문의가 자주 온다.
내용은 논술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광고하지만^^
필자의 이메일 함은 늘 열려 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언제든 친절히 답해 줄 테니까.
그럼, 다음 주에….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통합논술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
지난 시간에 한양대 2008학년도 2차 모의고사 [문제 1]을 살펴보았다.
지난주 지상 강의 끝부분에 한양대 측에서 공개한 예시 답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 있다.
지면 사정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했지만 사실 대학 측에서 공개한 예시 답안도 가끔 잘못된 경우가 있다.
물론 채점을 하는 대학에서 자신들이 공개한 답안이 맞다고 주장하면 그만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논술은 보편적인 '논리'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무조건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할 수도 없다.
더구나 예시 답안은 말 그대로 '예시 답안'일 뿐이지 최고의 답안은 아니다.
따라서 대학 측에서도 무조건 예시 답안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시 답안은 말 그대로 '예시'일 뿐이다.
여러분들도 그러한 점을 고려해 공부해야 한다.
자신이 쓴 답안이 논제가 요구하는 바를 정확히 풀어내고, 논리가 타당하다면 예시 답안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다만 자기의 논리는 '자기만의 논리'여서는 안 될 일이다.
거듭 강조하듯이 논리는 만국 공통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2. 논술은 미로다
오늘 살펴볼 문제는 한양대 2008학년도 2차 모의고사 [문제 2]이다.
[나] 심층생태학(deep ecology)에 대한 대안으로 뤽 페리(Luc Ferry)는 민주생태학(democratic ecology)을 제안한다.
이는 인간의 권리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는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자연은 물질이나 기계가 아니며 인간을 위한 도구도 아니다.
자연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인정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인간의 최우선 임무는 아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것을 선용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의 의미이다.
또한 인간은 자연을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무한정 소비할 정도로 지성이 부족한 존재는 아니다.
인간의 관심은 자연적 삶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지 자연을 완전히 정복하는 것은 아니며, 자연을 남용하는 것이 인간의 자유를 신장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시장주의와 자본주의는 환경론적으로 의식화된 소비자를 길러 냄으로써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정도의 환경 파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페리의 자유관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한편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견해와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본성이 원래 선한가 혹은 악한가라는 질문은 초점을 벗어난 것이다.
본래적으로 인간은 선하며 동시에 악하기도 하다.
동물의 본성도 마찬가지이다.
동물도 때로는 상대방에게 우호적이며 때로는 해를 끼친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선행이든 악행이든 그것을 계획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과 그럼으로써 극도로 선하거나 극도로 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페리는 고문 도구를 전시한 벨기에의 박물관을 예로 들면서, 세상에 다른 사람을 저토록 괴롭힐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계획적으로 고안해 낸 종은 오직 인간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유로운 인간은 동물이 저지르는 악행보다 훨씬 더 강도가 세고 극단적인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얼마든지 계획을 세워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자연이나 선과 같은 자신의 외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조직하는 존재이다.
이런 조직의 결과가 바로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가 때로는 훌륭하고 때로는 수치스럽기도 한데, 이는 모두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인간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다.
인간은 본래 선하거나 악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선행과 악행은 역사를 만들며, 그 역사에 대한 책임은 자유로운 선택을 했던 인간에게 귀속된다.
이것이 바로 자유가 책임을 동반하는 이유인 것이다.
[다] 1992년 리우 환경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은 기후 변화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에 대한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돼 2005년 발효됐다.
교토의정서의 가장 큰 의의는 선진국에 대한 양적 감축 의무를 규정한 것에 있다.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에 따라 2008년부터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 감축해야 한다.
이에 선진국들은 에너지 이용 효율 증대, 신재생 에너지 보급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의 원인이 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20% 향상시키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20% 올리는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20~3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올해 초 발표했다.
2001년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미국도 2017년까지 석유 소비량을 20%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15% 확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 체제 등과 같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메커니즘을 도입하였다.
배출권 거래제는 환경재에 대해서도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여 시장에서 배출권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선진국들은 국가별로 설정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 다른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하여야 하며, 초과 달성한 경우에는 반대로 배출권을 팔 수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적은 비용으로 줄일 수 있는 국가들은 배출량을 줄여 배출권 판매수익을 거둘 수 있으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출권을 구입하여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 감축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개별 국가들의 유인도 커진다.
현재 배출권 거래는 EU,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배출권 거래는 교토의정서 상 의무감축 기간이 시작되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거래 시장은 현재 300억달러를 넘어섰고, 2010년에는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정개발 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하여 감축한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자국의 실적으로 인정받는 제도이다.
영국, 네덜란드, 일본 등이 주요 투자국이며 중국, 인도 등에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700여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 사업으로 약 1억5000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라] 저는 모임에 참석한 수천 명의 자매 여러분들이 걸쳤던 보석들을 대부분 헌납한 것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수백만 명이 거의 기아 상태에 있는 이 나라에서,보석으로 치장하는 것은 눈에 거슬리는 일입니다.
인도 여성들은 현금을 거의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걸친 보석들은 주인인 남편의 허락 없이는 내줄 수 없다 해도 여러분의 소유물입니다.
제 생각에 값비싼 보석을 걸치는 풍토는 국가적 손실입니다.
이는 보석함에 넣어 놓거나 몸에 걸치거나에 상관 없이 치명적입니다.
보석을 단념하는 자기 정화의 노력은 분명히 사회적 이익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를 실천하려거든 기쁘게 하십시오.
여성 여러분들은 자신을 속박했던 것들과 헤어지게끔 이끌어 준 저에게 축복을 내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적잖은 남성들도 가정에 단순함을 가져다 준 역할을 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가난을 껴안은 것에 대해 흐믓함을 느낍니다.
한 닢을 벌기 위해 하루에 몇 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는 사람들이 값비싼 장신구를 걸치는 것은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불가촉 천민들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은 아예 없는 것입니다.
[문제 2] 제시문 [다]에 제시된 환경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을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제시문 [라]를 참고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시오.(700~800자)
'어떤 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시오'라는 문제는 자주 출제되는 유형 중 하나이다.
'보완하시오'라는 요구 사항의 이면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뜻이 존재한다.
따라서 보완할 점을 찾는다는 것은 부족한 점을 찾는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제시문 (다)의 내용을 보자.
(다)는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내용은 교토의정서의 도입 배경으로, 교토의정서의 가장 큰 의의는 '선진국의 감축 의무를 규정한 점에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둘째 '배출권 거래 허가제'에 관한 내용이다.
셋째는 '청정개발 체제'를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다)의 내용을 (나)의 관점에서 설명해 보자.
(나)의 저자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시장주의와 자본주의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할 때,이성적인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이 입장에서 볼 때,교토의정서를 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제시문 (나)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사례로서 작용한다.
더구나 계획을 세워 환경을 보호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더욱 그렇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 지점에서 더 이상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하고 멈칫거리고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조금 더 나아가 보자.
제시문 (라)를 살펴보자.
제시문 (라)는 두 가지 내용이 나온다.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얘기가 나온다.
다른 하나는 '전술한 행위가 자발적인 행동이었다'라는 내용이다.
자, 잠시 다른 얘기를 해 보자.
미로찾기 놀이를 할 때 우리는 보통 입구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답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선택의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효율적으로 미로를 탈출하기 위해서이다.
오늘 살펴본 유형의 문제 풀이법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학생들은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찾으려고 고생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문제에서 요구한 것은 '(라)를 참고할 때 보완할 수 있는 문제점'이지 그냥 일반적인 내용의 문제점은 아니다.
때문에 설사 학생들이 제시문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을 발견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라)의 내용에서 볼 때의 문제점이 아니라면 헛수고를 한 셈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유형의 문제를 풀 때는 '답을 가지고 푼다'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럼 다시 문제를 살펴보자.제시문 (라)의 두 가지 내용을 각각 제시문 (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알아 보자.
첫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내용부터 살펴보자.
제시문 (다)에 나오는 교토의정서는 그 주된 대상이 선진국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제시문 (라)의 내용과 비슷하다.
(라) 역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내놓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해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부분을 보고 A학생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뼈대를 이루는 답안을 썼다고 하자.
'제시문 (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보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이러한 입장은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선진국들은 자신들이 성장하기 위해 탄산 가스를 많이 배출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온난화의 책임도 선진국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선진국의 책임이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이 답안은 실제 오프라인 강의에서 학생들이 자주 작성하는 답안 중 하나이다.
여기에다가 약간의 살만 붙이면 그럴 듯한 답안처럼 보인다.
일단 이 정도 짚어만 두고 다음 답안으로 가 보자.
두 번째 가능한 답안은 선진국들의 자발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의 답안이다.
'제시문 (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보석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일화가 나온다.
이러한 '자발성'은 제시문 (다)에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의 감축 의무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작용 기제가 이익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이익이 없다면 얼마든지 의무를 따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문 (라)에 나오는 자발적인 행동은 이익과 상관 없이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두 가지의 답안 말고도, 세 번째 유형으로 두 답안을 섞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쉽게 말하면 선진국들의 책임을 강조한 뒤 자발성을 강조하면서 답을 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에는 두 답안만을 비교해 보자.
두 가지 가운데 어느 답안이 더 나은가?
또한 알아 둘 것은 두 가지 답안 모두 문제를 먼저 분석한 뒤 답을 살펴본 것이 아니라 답으로 가능한 내용들을 먼저 추출한 다음 문제에 적용하는 역순의 풀이법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사실 필자가 봐도 두 번째 답안이 조금 더 잘 썼기 때문에 설명하는 측의 입김이 조금은 작용하는 설명이 아닌가 싶기는 하다.^^
그러나 상관 없다.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 답안인가라는 식의 '답 맞추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설명은 언어 영역에서나 할 일이다.
논술은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곤란하다(사실 대부분의 기존 해설이 그래 왔지만…).
오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와 '제시문의 틀을 준수하라'이다.
우선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는 어느 정도 설명이 됐을 거라고 본다.
부연하자면, 최근의 논술 문제는 '답이 있는 논술'을 지향한다.
따라서 이번 문제와 같은 유형이 아니더라도 제시문 안에 일정한 답을 숨겨 놓고 다른 제시문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라는 유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유형의 문제는 언제든지, 답을 제시하는 제시문의 내용을 완전히 독해한 뒤 그 내용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미로를 푸는 방식을 생각한다면 그 원리가 훨씬 이해가 잘될 것이다.
다음으로 '제시문의 틀을 준수하라'는 내용을 설명해 보자.
지면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분들에게 '출제의 원리'를 설명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출제자는 문제를 만들 때 주제를 먼저 생각한다는 점이다.
주제를 생각한 뒤, 그 주제에서 물어볼 내용을 고른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물어볼 수는 없다.
때문에 제시문을 고르고, 혹은 창작한다.
제시문 속에 물어보고 싶은 내용을 숨겨 두고 그것을 질문의 형태로 묻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제를 풀 때 △왜 이런 제시문을 냈을까 △왜 이렇게 질문을 구성했을까를 항상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흔히 말하는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한 방식의 논술 풀이법이다.
필자는 이러한 출제자의 의도를 흔히 '제시문의 틀'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한다.
오늘 푼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간에 풀어 본 문제에서 출제자가 묻고자 했던 내용은 '인간의 자유'였다.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문제 3]도 역시 '자유로운 인간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천국'에 관한 내용이다.
이상을 고려해 볼 때 출제자가 결국 묻고 싶었던 주제는 '인간의 자유'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문제 2] 역시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경우에라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내용은 '인간의 자유'를 설명하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문제 2]의 답안은 두 가지의 가능한 내용 중 후자가 중심이 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이번 문제의 경우는 두 답안이 내용적 측면에서도 우위가 드러나기 때문에 별개의 사안에 속하지만 만일 내용적 측면에서 우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한 내용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논리가 내 앞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경험을 여러분도 겪을 수 있다.
3. 사고법이 중심이 되어야 할 논술 강의
오늘 강의 내용을 잘 이해했는가?
반복하자면 오늘 강의에서 소개한 사고법은 '답을 가지고 생각하라'와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하라'이다.
물론 이 정도의 강의로 오늘 소개한 내용을 다 설명하기란 무리이다.
다양한 문제를 풀면 훨씬 더 다채롭게 설명해 줄 수 있으나 아쉽지만 지면 상으로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듯싶다.
본고사다 뭐다, 연일 난리다.
그러나 아무리 대학이 자율화된다고 해도 10여년 전 필자가 대학에 들어갈 때 봐야 했던 교과 지식을 측정했던 본고사로는 회귀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사교육 시장의 팽창을 억제해야만 하는 대학과 정부의 입장이 최우선적으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육부의 논술가이드 라인을 신경 쓰면서 변별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노력이 통합 논술이라는 새로운 시험 형태로 자리 잡은 지금, 다시 과거의 본고사로 회귀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다만 논술이 지금보다 조금 더 답이 있는 논술로 갈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면 더욱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답이 아니라 사고법이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고3 수험생의 경우 만일 여러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아직도 배경 지식을 설명하고 있고, 문제를 풀어 줄 때 문제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아니라 답 맞추기식, 내용 설명식 강의를 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말하지만 그런 강의는 실전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글 마지막에 있는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폼으로 달아 놓은 게 아니다.
처음에는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이메일 함을 열어 보면 학생들의 문의가 자주 온다.
내용은 논술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광고하지만^^
필자의 이메일 함은 늘 열려 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라.언제든 친절히 답해 줄 테니까.
그럼, 다음 주에….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통합논술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