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헌 팬클럽 회장이었거든요.한국 드라마를 사랑해요."(헬렌황)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아니타통) "남편이 한국인이라서요."(캐롤첸)

서울대 MBA스쿨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형 MBA스쿨'을 찾은 이유는 다양했다.올해로 두 돌을 맞은 서울대 MBA스쿨(경영전문대학원)을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6명을 지난 16일 만나 한국생활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대만 출신인 캐롤첸(32)은 2년 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다.적극적인 성격인 그는 재미있는 대만 속담 하나를 소개했다."결혼을 했다면 전세계 어디든 배우자를 따라가라.그가 만약 '개'일지라도."

대만 씨티은행에서 잘나가는 은행원이었던 캐롤은 이 속담대로 남편을 쫓아 한국까지 왔다.

그는 감동적인 스토리 하나를 꺼냈다.한국에 온 지 1년쯤 되던 겨울날,캐롤은 급한 마음에 외투도 없이 길거리로 나섰다.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자 그녀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렸다.외투도 없이 길을 나섰던 캐롤은 너무 추운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때 두 명의 서울대 학생이 다가와 외투를 벗어 줬고,남편이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 줬다."그땐 정신이 없어 연락처도 모른 채 헤어졌어요.다시 만난다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해럴드 시플(29) 역시 배우자를 따라 한국에 왔다.그의 아내는 현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 교직원으로 근무 중이다.미국 UC버클리에서 산업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헬렌황(32)은 아직 미혼이다.그는 탤런트 송승헌의 팬클럽 회장을 하면서 한국을 알게 됐다.대만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낸 헬렌은 한국의 힘은 '한류'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한류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렸죠.한류 드라마를 본 외국인들은 드라마 속 장소를 직접 보기 위해 한국에 오죠.저 또한 4년 전부터 춘천,남이섬 등을 찾아 한국에 자주 왔었고요." 헬렌은 그렇게 좋아하던 한국 드라마를 정작 한국에서는 볼 수 없다고 푸념했다.새벽부터 밤 12시까지 공부에 매달려야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대학을 나온 아니타통(28)은 '한국어'에 매력을 느껴 서울을 찾았다. "서울대 글로벌 MBA 수업 중에는 한국어 수업도 있어요.정규수업 이외에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강의죠.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큰 기쁨이에요."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요즘 한국어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

이들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레이스 칸(29)과 비크란트 라비시(31)도 "앞으로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며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서울대 MBA스쿨 졸업 후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캐나다 토론토대학을 나온 레이스는 한국에 남고 싶은 첫 번째 이유로 '후한 인심'을 꼽았다.서울 신촌에서 하숙생활을 하는 그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남다른 관심에 큰 감동을 받았다. "보자마자 귀엽다며 엉덩이를 때리시더라고요.처음엔 굉장히 무례하다고 느꼈어요.이제는 친근함의 표시인 걸 아니까 좋아하죠."

장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는 해럴드도 비슷한 경험을 소개했다.그는 "장모가 마치 아들처럼 대해 준다"며 "유럽에선 꿈도 못꿀 일"이라고 말했다.유럽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TV 끄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아이가 '시끄러워'라고 반발한다고 전했다.그만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개인적이고 독립적이라고 설명했다.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선 어른을 공경하며 부모의 말을 섬기는 문화가 남아 있어 자녀 교육에 좋다고 높이 평가했다.

유학생들은 한국 부모의 자식 사랑이 매우 유별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인도에서 공부를 마친 비크란트는 "특히 강남 아줌마들은 대단하다"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놀라워했다.자녀 계획이 있는 캐롤은 "자신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한국의 또 다른 매력으로 '다이내믹(역동성)'을 꼽았다.금융분야 변호사를 준비 중인 해럴드는 "독재에서 민주화까지 30년 만에 이룩한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갔다"며 "현재 민주화 수준에 대해 만족할 순 없지만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유학생들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낙관한 뒤 자신들도 그 주역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성선화 기자/양윤모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