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깜짝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대규모 매도 공세에 나선데다 기관이 주춤대면서 수급 여건이 취약해졌기 때문이다.

전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15일째 순매도를 이어갔다. 올들어 팔아치운 물량만 벌써 7조3000억원에 이른다.

지겨울법도 한데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급한 매물은 대부분 소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은 외국인 수급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할 것으로 판단되다.

24일 우리투자증권은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급매도세가 적어도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 투자자들은 이미 지난해 11월을 전후로 주식 포지션을 대부분 정리한 후 관망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헤지펀드의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미 투자비중을 상당 부분 정리한 상태여서 추가적인 매물 압박은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아닐 것이란 설명이다.

대신증권도 지난해 8월과 11월의 대규모 매도 국면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도 공세의 클라이막스는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고점 통과 이후에도 추가적인 매물 공세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향후 단기적으로 흘러나올 수 있는 추가 매물은 1~2조원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증권사 곽병열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중기적인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되겠지만, 국내 증시내 외국인 지분율은 30% 내외를 유지할 전망"이라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는 대략 30%대의 목표 보유지분율을 기점으로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산업구조와 유사한 일본증시 및 국내 증시와 시가총액 수준이 비슷한 유럽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지분율은 각각 28%, 32%대를 나타내고 있다고 소개.

한양증권은 올들어 1만9000계약 가량을 순매도했던 선물 외국인들이 전날 3000계약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속성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거나 최소한 매도 강도가 줄어들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판단이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은 "단기적인 매물 압박은 줄어들 수 있지만 외국인들이 비단 국내 주식만 내다팔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당분간은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과 대만 증시내 비중축소 움직임이 가속화된 가운데 매수 기조를 유지했던 인도와 인도네이사마저 매도 우위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

다만, 외국인들의 시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점은 위안이라고 덧붙엿다.

지난 9월 이후 줄곧 내림세를 보이던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도가 반전을 시도하고 있어 이같은 '팔자' 행진이 본격적인 자금 이탈의 신호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문제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 대한 위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