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디자이너] 이용제 한글 디자이너‥ 한눈에 잘 읽혀야 좋은 글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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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공간 대표 이용제씨(37)는 한글에 다양한 형태의 글꼴을 입히는 한글 디자이너다.보통 문자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타이포그라퍼(typographer)'라고 부르는데,그 중 이씨는 한글만 10년 넘게 연구하고 있는 '한글 전문' 타이포그라퍼에 해당한다.가로쓰기용 돋움체,세로쓰기 전용서체 '꽃길',태평양의 전용서체 '아리따(공동 프로젝트)' 등은 그가 새롭게 디자인한 글자체들.
그는 "한글 디자이너는 '주목받지 않는 디자이너'에 속한다"고 소개했다.TV나 모바일에서 이용되는 글자,책 속의 글자,박물관의 간판에 쓰이는 글자 등 한글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서 이씨의 디자인을 볼 수 있지만 패션,건축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처럼 대중에게 쉽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는 "보통 사람들이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 글의 내용을 보지 어떤 글꼴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사람들의 눈에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는 글자를 디자인해 내는 게 한글 디자이너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특별히 한글을 디자인할 게 뭐 있겠냐며 한글 디자인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상황,시대,쓰임 등에 맞도록 한글을 변신시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글꼴의 종류는 2000여 가지가 넘는다.이들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서체를 개발해 내는 데는 보통 2년 이상의 작업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똑같은 글자꼴이라도 크기에 따라 초성,중성이 결합했을 때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세밀한 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오로지 한글만 디자인하기 때문에 한글 디자이너의 영역이 매우 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라고 덧붙였다.주변에서 한글이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의 영역은 무한하다는 것.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한글의 용도와 이미지를 말해주면 이에 맞춰 개발해 준다.그는 "최근 인터넷,문자 등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갈 글꼴을 개발하는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며 "인쇄매체는 거의 시장이 죽고 모바일용 서체를 개발하는 시장이 한창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한 그는 한글 디자이너 1세대로 통하는 안상수ㆍ한재준 교수의 한글 디자인 수업을 계기로 처음 한글 디자인을 접했다.이씨는 "교내 '한글 디자인 소모임' 활동을 통해 한글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대학 3학년이었던 1997년 글자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한글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한글 디자인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글 디자인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100여명이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는 디자이너는 5~6명에 불과하다.물론 이씨는 지난해 '한국 디자인어워드'의 영 디자이너 부문에서 '올해 디자이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 디자이너다.
하지만 이렇게 한글 디자인 분야에서 인정받는 한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힘든 시절이 숱하게 많았다.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글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곳은 '한글 디자인 연구소'였다.다른 분야처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지도 교수였던 안상수,한재준씨 밑에서 프로젝트를 돕는 일부터 시작했다.하지만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가 학교 선배들의 인사일 정도로 한글 디자인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배고픈 일'이었다.
6년간 한글 디자이너로 일했더니 1억원의 빚을 지게 됐을 정도다.당시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잘나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글 디자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남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힘든 영역을 선택했지만 한글 디자인에만 10년을 한결같이 몰두해온 끝에 지금은 6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활자공간'의 대표로 다른 동기들보다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좋은 글자는 무엇일까.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한눈에 잘 읽힐 수 있는 글자가 좋은 글자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람ㆍ환경ㆍ문화ㆍ시대ㆍ매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예를 들면 텔레비전 자막에 들어가는 글꼴을 디자인할 때는 화면에 잘 보이고,작은 화면에 많은 정보량을 담을 수 있도록 두껍고 세로로 긴 글자꼴을 개발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 들어갈 글자는 부드럽고 읽기 쉬운 글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매체ㆍ상황ㆍ용도에 따라 최적의 디자인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그는 새로 발간될 잡지의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잡지가 추구하는 편집 방향과 이미지에 맞는 새로운 글자체를 개발 중이다.그는 "올해는 한글 디자인 관련 책을 쓰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디자인 학도들에게 10년간 그가 접해온 한글 디자인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에세이 형태의 교과서로 담아낼 계획이다.
글=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그는 "한글 디자이너는 '주목받지 않는 디자이너'에 속한다"고 소개했다.TV나 모바일에서 이용되는 글자,책 속의 글자,박물관의 간판에 쓰이는 글자 등 한글이 사용되는 모든 분야에서 이씨의 디자인을 볼 수 있지만 패션,건축 등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처럼 대중에게 쉽게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는 "보통 사람들이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 글의 내용을 보지 어떤 글꼴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며 "사람들의 눈에 두드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는 글자를 디자인해 내는 게 한글 디자이너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특별히 한글을 디자인할 게 뭐 있겠냐며 한글 디자인에 대해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상황,시대,쓰임 등에 맞도록 한글을 변신시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글꼴의 종류는 2000여 가지가 넘는다.이들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서체를 개발해 내는 데는 보통 2년 이상의 작업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똑같은 글자꼴이라도 크기에 따라 초성,중성이 결합했을 때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세밀한 면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오로지 한글만 디자인하기 때문에 한글 디자이너의 영역이 매우 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라고 덧붙였다.주변에서 한글이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의 영역은 무한하다는 것.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한글의 용도와 이미지를 말해주면 이에 맞춰 개발해 준다.그는 "최근 인터넷,문자 등 모바일 시장이 커지면서 휴대폰이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갈 글꼴을 개발하는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며 "인쇄매체는 거의 시장이 죽고 모바일용 서체를 개발하는 시장이 한창 활발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한 그는 한글 디자이너 1세대로 통하는 안상수ㆍ한재준 교수의 한글 디자인 수업을 계기로 처음 한글 디자인을 접했다.이씨는 "교내 '한글 디자인 소모임' 활동을 통해 한글 디자인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대학 3학년이었던 1997년 글자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한글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한글 디자인을 평생 직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글 디자인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100여명이지만 중요한 프로젝트를 도맡아 하는 디자이너는 5~6명에 불과하다.물론 이씨는 지난해 '한국 디자인어워드'의 영 디자이너 부문에서 '올해 디자이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 디자이너다.
하지만 이렇게 한글 디자인 분야에서 인정받는 한글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힘든 시절이 숱하게 많았다.1999년 대학을 졸업하고 한글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곳은 '한글 디자인 연구소'였다.다른 분야처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업체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지도 교수였던 안상수,한재준씨 밑에서 프로젝트를 돕는 일부터 시작했다.하지만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냐'가 학교 선배들의 인사일 정도로 한글 디자인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배고픈 일'이었다.
6년간 한글 디자이너로 일했더니 1억원의 빚을 지게 됐을 정도다.당시 대기업 디자인실에서 억대의 연봉을 받으며 잘나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글 디자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남들이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힘든 영역을 선택했지만 한글 디자인에만 10년을 한결같이 몰두해온 끝에 지금은 6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활자공간'의 대표로 다른 동기들보다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좋은 글자는 무엇일까.그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한눈에 잘 읽힐 수 있는 글자가 좋은 글자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람ㆍ환경ㆍ문화ㆍ시대ㆍ매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한 가지로 정의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예를 들면 텔레비전 자막에 들어가는 글꼴을 디자인할 때는 화면에 잘 보이고,작은 화면에 많은 정보량을 담을 수 있도록 두껍고 세로로 긴 글자꼴을 개발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 들어갈 글자는 부드럽고 읽기 쉬운 글꼴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매체ㆍ상황ㆍ용도에 따라 최적의 디자인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그는 새로 발간될 잡지의 전용 서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잡지가 추구하는 편집 방향과 이미지에 맞는 새로운 글자체를 개발 중이다.그는 "올해는 한글 디자인 관련 책을 쓰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디자인 학도들에게 10년간 그가 접해온 한글 디자인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에세이 형태의 교과서로 담아낼 계획이다.
글=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