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적인 조세 경쟁에서 승자가 되려면 2~3년 내에 법인세율을 20%까지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기적으로는 '이중 과세' 문제를 일으키고 이론상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법인세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경제대학원)는 29일 한국재정학회가 주최하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한국의 세제개편 방안' 정책세미나에 앞서 28일 내놓은 '법인세제 개편안'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제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감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징수가 쉽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 내려도 세수 줄지 않아"

현재 한국의 법인세율은 최저 13%(이익금 연간 1억원 미만)에서 최고 25%(1억원 이상)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지만,말레이시아(16.0%) 홍콩(16.5%) 싱가포르(18.0%) 등 인접 경쟁국보다는 높다.전체 조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정부가 그동안 꾸준히 명목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기업들의 영업이익 대비 평균 유효 법인세율은 1996년 16.3%에서 2003년 24.3%로 증가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법인세율을 인접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인 20%까지 2~3년 내에 단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다른 국가의 세율 인하를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획기적인 인하안을 먼저 내놓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법인세 인하로 세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세수 감소 효과는 2년 정도까지 이어지다가 성장률 확충에 힘입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반박했다.법인세율을 10%포인트 내리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1~1.8% 증가하고,이로 인해 9만6000~15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본 요소 소득에 대한 근본적인 세제개편과 더불어 법인세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법인의 잉여 이익에 과세한 뒤 또다시 주주의 배당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이유다.또 기업에 대한 과세는 사실상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소비세에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기업 종부세 부담 완화 필요"

아울러 법인의 사업용 토지에 관한 종부세 부담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이 교수는 "2006년 1295개 법인이 9508억원의 종부세를 낸 것으로 집계돼,전체 종부세 납부 인원의 3.8% 불과한 법인이 종부세 세수의 55.3%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업종의 특성상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백화점 등 유통서비스업은 지나친 부담을 받고 있으며,건설업 역시 토지 구입 이후 착공 전까지 비업무용으로 분류돼 과중한 세 부담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같은 학회 소속 이영희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박사와 최병호 부산대 교수는 이날 '부동산세제 개편과제'라는 논문을 통해 종합부동산세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뒤 재산세로 흡수·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위한 재산세 누진세율 체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전영준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와 이철인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등은 '소득세제 개편방안' 논문에서 물가 급등으로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