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창수 < 세종연구소 부소장 >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효율적인 정부를 만드는 것은 시대의 대세임에 틀림없다.글로벌 시대에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 정부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정부조직 개편에서 공무원 수나 정부 권한의 효율적인 축소가 없으면 개편은 정권 출범의 쇼로 그치고 만다.

사실 정부조직 개편만큼 정치적인 효과를 쉽게 내는 일은 없다.개혁을 한다는 과시 효과는 높지만,누구도 그 이후의 진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들어서는 정권마다 개막 기념으로 조직 개편 쇼부터 상영하는 것은 이제 우리 정치의 관례가 돼 버렸다.

그렇지만 공무원의 조직적인 저항에 부딪쳐 거창하게 부처 통폐합이라는 개막의 팡파르를 울리고선 5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대부분 도로아미타불이다.

일본을 보더라도 지난 36년 동안 자민당 정권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행정개혁 목표는 '슬림화와 효율화'였다.
그러나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개혁은 자기 이익을 고수하고자 하는 공무원의 저항에 부딪쳐 '찻잔 속의 태풍'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1996년 하시모토 총리의 정부조직 개편은 이전의 정부조직 개편과는 달리 성공적이었고 평가받을 만하다.하시모토 개혁은 1부 22청을 1부 12청으로 줄이고,하부 조직도 약 1330개에서 1100개 정도까지 대폭 축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로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던 대장성을 분할해 권한을 축소함으로써 규제 완화를 대폭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하시모토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개혁을 수행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리더십을 가졌기 때문이다.하시모토는 조정형의 정치가였지만,정부조직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 '용감한 조정자'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전의 총리와 달리 하시모토 총리 자신이 정부조직 개편(행정개혁) 회의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의도를 설득해 나갔던 것이었다.

원래 하시모토는 '공무원과 함께하는 하시모토'로 불릴 정도였지만,정부조직 개편 시기에는 철저하게 공무원들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정책을 수행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됐지만 진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당장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데다 지난 28일엔 노무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공무원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일부 부처에서 인수위원들에게 로비하는 사례를 언급하면서 '공직 사회의 걸림돌'이라고까지 했을까.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국가기술혁신체계 진단 보고회'에서 보듯이 국제 기구조차 일부 부처의 생존 논리에 이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제 정부조직 개편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일본의 하시모토와 같은 리더십이 필요할 때이다.앞으로 이명박 당선인은 야당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 의원들과도 꾸준히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자신의 정책 대안을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정부조직 개편이 시대의 대세이니 나를 따르라고 단순히 주장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익단체와 관료들을 끝없이 설득하고 국회 내 비준 반대파 의원들과 효과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조직 개편에 따른 부작용과 정부 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요구된다.여기에는 서비스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공무원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으로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깨면서 효율적이고 실리적인 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