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투자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외국 자본에 대한 반감도 커지는 양상이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인센티브도 예전만 못하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느릿느릿한 행정 절차'도 외국 기업들의 애를 태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베트남이 제2의 중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온다.

◆목소리 높아지는 노동자들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 합작법인인 현대비나신조선소에서 31일 400여명의 노동자가 주도한 파업이 발생했다.

본관 유리창이 깨지는 등 시위가 격렬했다.직원들의 요구는 임금 인상.

회사 측에서 임금을 올려 주기로 이미 약속했지만 인상 시기를 놓고 마찰이 생겼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발생하는 노사분규 건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1990년대까지 연간 50여건에 불과하던 파업 건수는 2006년엔 3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KOTRA 관계자는 "최근 몇 년에 걸쳐 베트남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임금이 올라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면서 일부 기업에서는 파업이 정례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트남의 소비자 물가가 빠르게 높아지는 것도 파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2003년 3.1%에 그쳤던 베트남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4년 이후 8%대 안팎으로 뛰었고 작년엔 12.6%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최근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내년부터 최저 임금을 업종별로 10~13% 올린다고 발표했다.

현대비나신조선소 관계자는 "이제 베트남도 점차 중국을 닮아 간다"며 "곧 베트남도 고임금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치열해지는 경영 환경

베트남에서 외국인 투자를 무작정 '환영'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현지 진출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이 앞다퉈 베트남 투자를 늘리면서 베트남 정부와 관료들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업체 관계자는 "옛날엔 도로 하나만 지어 줘도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았는데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특히 베트남에 대규모 공적개발자금(ODA)을 쏟아부은 일본이 베트남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외투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수급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 호찌민법인 관계자는 "베트남에 세계 굴지의 회사들이 몰려오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만한 인력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인력 빼가기 등이 성행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반(反) 외자정서도 걱정

대만의 한 건설업체는 최근 푸미흥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한 뒤 큰 홍역을 치렀다.

신도시 개발을 통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자 일부 베트남 언론들이 "국부가 유출된다"며 들고 일어난 것.

급기야 이 회사 사장의 '사생활'까지 도마위에 올랐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자칫 돈만 벌어가려고 한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사업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경영과 더불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왔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에 비해 느리게 진행되는 행정절차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베트남의 경영환경이 이처럼 빡빡해지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서남아팀장은 "동남아시아에서 외국기업들이 수익을 내는 나라는 베트남이 유일하다"며 "작년 초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비즈니스환경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