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가 유럽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도 마냥 외면할 수 만은 없다.

2013년부터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체제에선 한국도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국가에 포함될 공산이 커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거래소의 역할이 긴요해진다.

정부는 작년 12월 '기후변화대응 제4차 종합대책'에서 대강의 청사진을 그렸다.우선 올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2009년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2010년 배출권 거래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6%(2006년 기준)를 뿜어내고 있다.포스트 교토체제에 따라 강제적 감축이 시작되기 전에라도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런 감축을 유도하는 게 불가피하다.

정부는 유럽기후거래소(ECX),시카고기후거래소(CCX) 등 해외 탄소시장과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일본과 중국이 배출권 거래소 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한ㆍ중ㆍ일 간 협력을 통해 동북아 배출권 거래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정부 계획이 오는 25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이와 관련,증권연구원은 증권선물거래소(KRX)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배출권 거래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KRX는 거래시스템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금융회사들이 KRX의 시스템과 운영방식에 익숙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증권연구원 김필규 연구위원은 "배출권 거래소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선 금융부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하고 증권선물거래소가 배출권 및 배출권 파생상품 거래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연구원이 제시한 탄소배출권 거래소 도입방안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시장은 현물 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으로 구성된다.배출권 현물 시장에선 각 기업들이 할당받은 이산화탄소 배출권에서 실제 배출권을 빼고 남은 물량을 팔 수 있다.

할당량을 넘긴 기업들과 투자목적의 금융회사들이 이 물량을 구입할 수 있다.현물 시장의 운영성과를 기초로 배출권 파생상품 시장을 설립하면 이곳에서 선물과 옵션 거래가 가능해 현물 배출권의 가격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게 된다.

한국전력거래소가 배출권 거래소 운영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발전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출량을 줄이면 에너지 공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유관 기관이 거래소를 운영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거래소인 파워넥스트카본(현 블루넥스트)과 노드풀도 전력거래소다.

거래소가 생기면 현재 기업의 탄소감축실적(KCER)을 확인하고 공인해 주는 에너지관리공단도 배출량 검증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