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남부 대평원의 유전지대 웨이번.서스캐처원주 주도 리자이나에서 서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눈덮인 평원을 달리자 곳곳에서 방아깨비처럼 생긴 원유생산 펌프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원유를 뽑아올리는 모습이다.겉으론 다른 유전지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이곳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지구온난화 대응의 핵심기술로 부상한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CCSㆍCarbon Capture & Storage)기술의 가장 앞선 단계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웨이번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아직 초기단계인 CCS기술을 선점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고 개도국으로의 기술 수출 등을 통해 새롭게 '돈 벌 기회'를 잡으려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CS는 탄소감축의 현실적 대안

CCS는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땅속이나 바다 등에 묻는 기술.웨이번 유전지대에선 2035년까지 3000만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될 전망이다.약 670만대의 자동차가 1년간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효과다.

CCS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처럼 원천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지구온난화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그러나 적어도 향후 50년은 화석연료가 주요 에너지원이 될 것이란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지난해 선진8개국(G8)회의에서 주요국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데 합의했다.하지만 이는 에너지효율성 증대와 신재생에너지 사용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체 감축량의 20% 정도가 CCS기술에 의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한다.

◆CCS를 현장에 적용한 웨이번

이런 전망 때문에 CCS기술이 이미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웨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이 프로젝트는 2000년 캐나다 에너지회사 엔카나가 생산량이 떨어져가는 웨이번 유전에서 더 많은 석유를 뽑아올리기 위해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시작됐다.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석유증산 방식(EOR)은 이전부터 있던 기술이지만 지층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일부 끌어다 썼을 뿐 연간 100만t가량의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은 처음이다.


엔카나는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미국 노스다코다주 뷸라에 있는 다코다가스화회사(DGC)에서 공급받는다.이 회사는 석탄을 산소와 결합시켜 연소시키는 방식으로 합성가스를 생산한다.합성가스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순도 95%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이 이산화탄소는 압축 후 32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웨이번 유전으로 보내진다.원유 생산정 근처에서 땅속으로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일종의 용매역할을 해 지층틈새에 박혀 있는 원유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엔카나 입장에선 석유를 많이 뽑아 올릴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땅속에 격리시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마크 뎀처크 엔카나 웨이번 사업부문 최고책임자는 "현재 웨이번에선 하루 3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된다"며 "이는 이산화탄소 주입을 안 했을 경우와 비교해 60% 정도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2000년 이산화탄소 주입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약 8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땅속에 저장됐다"며 "원유생산이 가능한 2035년까지 3000만t가량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1000억t 이상 저장 가능

이산화탄소 저장방법은 웨이번과 같은 유전이나 가스전을 포함해 염대수층(깊은 땅속 짠 물이 고여 있는 지층),캐낼 수 없는 석탄층 등 땅속에 묻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현실적이란 평가다.노르웨이의 석유회사 스타트오일은 천연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매년 100만t씩 북해 해저 염대수층에 저장하고 있다.유엔산하 기후변화정부 간 패널(IPCC)은 전세계적으로 유전 및 가스전에 37억t,석탄층에 20억t,염대수층에 1000억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 석유기술리서치센터(PTRC)의 레이 크너드슨 박사는 "현재로선 CCS기술이 석유회사의 원유증산 프로젝트와 접목될 때만 경제성이 있다"며 "그러나 향후 탄소배출권 규제가 확산된다면 CCS의 활용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미국 에너지부 산하 CCS 관련 국제협력단체인 '탄소저감을 위한 국제포럼(CSLF)'의 존 파넥 부국장은 "CCS가 온실가스 감축기술 이전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인정해주는 CDM(청정개발체제) 기술에 편입되면 국가 간 비즈니스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며 "기술개발뿐 아니라 정책 조율 측면에서도 국가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성 외에 안전성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웨이번에선 이산화탄소 지층저장이 안전한지,땅속에서의 이산화탄소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국제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의 검증하에 진행 중인 이 리서치는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일본 정부기관과 BP 셰브론텍사코 등 정유회사들이 8000만달러(약 76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뉴욕ㆍ런던ㆍ웨이번(캐나다)ㆍ네이멍구(중국)= 박성완/장경영/김유미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