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에코맘(EcoMom)'이라는 환경보호 운동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가정의 파수꾼 주부들이 일상생활과 육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나선 셈이다.'지구를 지키는 일은 집에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건 에코맘의 실천사례는 일반 가정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내용들이다.쓰레기 없는 도시락 만들기,찬물과 생물분해 세제를 이용한 세탁,절약형 형광전구 이용,장난감과 헌옷 나눠쓰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아이들을 걸어서 학교에 바래다주고,심지어 한번 쓴 목욕물을 다시 이용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한다.자녀교육에 매달리는 '사커맘(soccer mom)''헬리콥터맘(helicopter mom)'에 이어 에코맘이 미국 주부의 새로운 표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단체들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과천시는 개인이 전기나 연료를 소비하면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상한선을 설정하고 부족분이나 감축량은 개인 간 거래나 공공구매를 통해 충당하는 온실가스 개인배출권 할당제를 도입했다.

제주도 역시 전체 에너지 중 풍력 비율을 10% 이상으로 늘리고,유채꽃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사용량도 전체 경유의 40% 선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울산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도 가구당 연간 1t(이산화탄소 기준)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의 전반적인 환경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다보스포럼이 각국의 환경개선 정도를 평가해 발표한 2007년 환경성과지수(EPI)에서 우리나라는 전년도에 비해 9계단이 하락한 51위에 머물렀다.특히 대기오염 지표와 이산화황 배출량 등은 꼴찌나 다름없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상의의 국민환경의식 조사결과 역시 우리의 환경 실상을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다.기후변화의 인식과 대처과정을 인지·이해·확신·행동 등 4단계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3점을 얻는 데 그쳤다.항목별로는 인지점수는 70점인데 행동점수는 30점에 머물렀다.한마디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정부를 비롯 재계 사회단체 학계 등이 기후변화센터를 설립하고,에너지절감운동과 탄소제로 캠페인을 펼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문제 등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환경보호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까닭이다.특히 국제유가마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초고유가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효율을 높이는 산업구조 등 친환경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무엇보다도 에너지문제와 관련한 국민 의식을 바꾸고 온실가스 감축 등에 개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김경식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