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브랜드 파워 무장 … 타타의 진격

2500달러짜리 초저가차 '나노' 개발로 주목받은 인도 타타자동차가 미국 포드로부터 재규어ㆍ랜드로버를 인수,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앞서 중국 상하이자동차는 2004년 쌍용자동차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영국 MG로버의 주인인 난징자동차를 전격 인수,현지 최대 업체로 떠올랐다.

이처럼 후발 주자인 인도와 중국 업체들이 연이은 글로벌 M&A(인수ㆍ합병)를 통해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 채비를 갖추고 있어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가격 경쟁력에다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아지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직접적인 판매경쟁이 벌어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ㆍ중국의 발빠른 M&A

26일 AFP와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타타는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인 재규어ㆍ랜드로버 인수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짓고 3월5일께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타타는 최근 JP모건 등을 자문사로 선정,해외 투자자로부터 25억달러가량의 인수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재규어ㆍ랜드로버 인수 후 남은 자금은 지난달 공개한 초저가차 '나노' 생산에 사용할 계획이다.타타,마루티 등 현지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자동차 생산 10대국에 진입한 인도는 글로벌 저가차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중이다.

중국 상하이자동차도 잇단 M&A를 통해 외형을 키우며 글로벌 메이커로 빠르게 도약하고 있다.2004년 쌍용차를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난징자동차와 난징차 계열의 MG로버를 흡수하면서 연간 18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거대 자동차 회사로 재탄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수시장 지키기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최근 한국을 찾은 천훙 상하이차 회장은 내년에 한국에 내놓을 중형 세단을 상하이차와 쌍용차가 함께 개발 중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중국의 완성차 수출은 2002년 2만대에 불과했으나 2006년 34만여대,2007년 50만대 이상으로 급증세다.

◆글로벌 소형차 시장 '빅뱅' 우려



인도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잇따라 인수하며 수출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생산량의 70%를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인도ㆍ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판매에 나설 경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소형ㆍ저가차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이들 업체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인도ㆍ중국 공장 증설을 통해 현지 생산능력을 크게 늘리고 있는 상태여서 현지업체들의 기술이 향상되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33만2573대로 전년에 비해 7만대가 줄어드는 등 고전했다.신용평가사 피치의 권미경 이사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조만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