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계의 저축이나 보유주식 등 금융자산이 지난해 13% 증가했다.

일본 금융홍보중앙회가 28일 발표한 '가계의 금융행동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일본의 가구당 금융자산은 평균 1259만엔(약 1억1080만원)에 달했다. 전년의 1119만엔보다 12.5% 늘어났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2인 이상 가구 8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처럼 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일본인들이 돈을 쓰지 않고 모으는 데 열중한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연금부실과 물가상승 조짐이 가계의 불안심리를 가중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자산을 부문별로 보면 은행예금이 490만엔(약 4300만원)으로 2006년 조사 때(434만엔)보다 12.9% 증가했다. 예금은 전체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9%로 가장 많았다.

이 비중은 전년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위험한 투자보다는 안전한 예금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의 재테크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유가증권에 투자된 돈도 좀 더 안전한 채권쪽으로 이동한 모습이었다. 금융자산 중 주식비중은 8.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줄어든 반면 채권비중은 4.3%로 2.2%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된 결과다. 지난해 일본의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값은 오른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금융자산 건전성은 취약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 잔액은 1991년 200조원 수준에서 2006년 1472조원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부채는 더 빨리 늘어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997년 15%대에서 2002년 이후 40%대를 넘고 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