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운영에 비상이 걸렸다.특히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상품수지마저 4년10개월 만에 적자전환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로 원.달러 환율마저 하락세를 보이는 것도 경상수지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유가 급등에 환율 하락까지

1월 경상수지 적자의 주범은 국제 유가다.기름값 상승으로 상품수지가 적자로 반전되면서 경상수지가 악화된 것.실제 1월 원유도입단가는 배럴당 89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달러나 뛰었다.이에 따라 원유수입액은 41억달러에서 73억달러로 급증했다.원유수입 비용이 32억달러나 늘어나다보니 수출이 아무리 선방했다해도 적자를 메우기 힘든 구조였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란 점이다.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지난 27일 사흘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인 배럴당 94.46달러에 마감했다.대신증권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경상수지가 20억달러가량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이 0.02%포인트 하락한다.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유가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환율도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연초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900원 선)보다 높은 940~950원 선에서 움직였다.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경상수지에는 도움이 된다.수출이 늘고 수입물량은 줄기 때문이다.하지만 최근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50전 내린 936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이틀 연속 하락세로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에 930원대로 내려선 것이다.미국이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달러 약세를 계속 용인한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경상수지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골칫거리 서비스 적자

서비스수지 적자도 갈수록 태산이다.서비스수지는 그동안에도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1월 서비스수지 적자액은 20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인 작년 8월(24억5000만달러) 수준에 근접했다.1월 기준으로만 보면 역대 최대다.

유학연수비 지출과 해외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8월 못지않게 겨울철에도 서비스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특히 주목되는 점은 작년 1,2월 두 달간의 서비스수지 적자액이 44억9000만달러로 작년 7,8월 합계액 41억3000만달러를 능가했다는 점이다.최근 겨울방학과 신정.설연휴 등에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경기도 여전히 '우울'

이런 가운데 국내 체감경기도 여전히 악화되고 있다.한국은행이 최근 전국 2151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조사(BSI)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2월 업황 실사지수(BSI)는 82로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의 업황 BSI는 작년 11월 88을 나타낸 후 12월 84,올해 1월 83,2월 82로 석 달째 하락했다.업황 BSI가 100 미만이면 실적이 나빠졌다는 기업이 좋아졌다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을 넘으면 그 반대이다.비제조업의 2월 업황 BSI도 81로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