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 한국노총위원장이 취임식에서 "경제살리기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와 이명박 정부도 장 위원장의 실사구시 정신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개혁,복수노조시행에 따른 전임자임금지급금지,비정규직보호법개정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선 조직의 논리로 대응하고 있어 그의 실용주의가 어느 정도 실천될지 관심거리다.

장 위원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위원장실에서 만나 향후 노동운동의 방향과 포부를 들어봤다.

[대담=윤기설 노동전문기자 ]

△윤기설 노동전문기자=이용득 전 위원장은 그동안 사회 개혁적 노동운동이라는,민주노총과는 사뭇 다른 방향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장 위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생각인가.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다만 사회개혁적 노동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조합원들이나 국민에게 다소 생소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많다.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

△윤 기자=일각에서는 그동안 한국노총의 노동운동이 대중보다는 개인 또는 노조간부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비판도 있는데.

△장 위원장=이용득 전 위원장이 한국노총을 이끌면서 소신 있는 노동운동을 펼쳐 조직을 반석 위에 올려놨다고 본다.

그러나 어느 한 개인이 백 걸음 나아가는 것보다 만인이 한 걸음을 내딛는 게 사회적으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 기자=얼마 전 취임식에서 경제살리기에 한국노총도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장 위원장=지금까지 노동계는 요구하는 데에만 익숙했다.

그리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에는 정부나 기업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로 맞선 게 사실이다.

이제는 노동계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보자는 것이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자제할 테니 정부와 기업주는 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윤 기자=대기업 임금인상 자제가 과연 가능한가.

2004년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사정이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올해에도 한국노총이 9%대 임금인상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마당에 임금자제를 요구하면 대기업노조의 저항도 만만찮을 텐데.

△장 위원장=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하지만 현재 대기업 노조위원장들을 설득하고 있다.현장의 위원장들도 사실 운신의 폭이 그다지 넓지만은 않다.

따라서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자 하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 같은 이슈를 활발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해법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윤 기자=70년대 석유파동 때 일본에서는 도요타자동차 미쓰비시 등 금속노조위원장들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임금동결을 결의했다.

한국노총도 대기업 노조위원장들이 나서 임금동결 등의 액션이 필요하지 않나.

△장 위원장=대기업 노조 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힘들겠지만 구체적으로 나서달라"는 식으로 설득작업을 진행 중이다.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어쩌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대기업 노조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해당 조합원들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윤 기자=정부가 방만한 공기업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 같다.

한국노총 산하에 구조조정 대상 공기업들이 많은 것 같은데.

△장 위원장=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에는 공감한다.하지만 공기업은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어느 정권이든 공기업 구조조정.민영화는 단골 메뉴였다.내부적으로 얼마든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많고 그러한 것들을 간과해선 안된다.

또 충분한 협의 없이 공기업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윤 기자=공기업 개혁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경우 한국노총 입장에선 저항하기 쉽지 않을 텐데.

△장 위원장=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우리도 거기에 대한 대응책이 있다.일본 우정사업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의 우체국 같은 경우 현재도 수익을 많이 내고 있다.하지만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는데 정부에선 그런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윤 기자=민주노총에서 한국노총을 '옐로 노조'라고 비판하자 이용득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뒷골목 노조'라고 비하한 적이 있다.

민주노총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보나.

△장 위원장=민노총과 한노총이 서로 꼬인 게 많긴 많다.하지만 내 방식은 옳고 네 방식은 그르다는 식의 대응은 옳지 않다고 본다.

△윤 기자=정부에서는 비정규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려고 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장 위원장=반대 입장이다.이랜드 사태에서 보듯 제도를 악용하려는 기업이 항상 나오게 마련이다.기간이 늘어난다면 사실상 비정규직이 더욱 양산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윤 기자=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파견업이 전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3년이 더 유리한 측면도 있지 않은가.

△장 위원장=햇수보다 제도의 악용이 더 큰 문제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기업들이 외주 용역을 하더라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줬다면 문제될 게 뭐가 있었겠나.

△윤 기자=복수노조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일부에서 또다시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장 위원장=아직까지 연기를 검토한 적은 없다.

3월 중 협의에 들어갈 것이다.

연내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정부에서도 연내 시행령 마련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복수노조는 허용하되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보장은 관철시킨다는 게 우리의 기본 방침이다.

△윤 기자=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동운동이 분열될 가능성이 많은데.

△장 위원장=우리로서도 부담이다.

조합결성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초기에 혼란이 있겠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오히려 더 안정적인 체제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 기자= LG전자 노조지부장과 위원장 시절 회사 살리기를 위해 길거리 제품판매행사에 나선 것을 아는데,실제로 그행사로 인해 회사의 매출이 많이 늘었나.

△장 위원장= 상당히 개선됐다.조합원들의 애사심도 높아지고 경영진은 감동을 받았다.

소비자들에게도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리=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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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춘 위원장 주요 약력

1957년 경북 예천 출생

1977년 경북 청암고 졸업

2000년 고려대 노사관계지도자 과정 수료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 입사

1992~1998년 금성사노조 구미지부장(3선)

1999~2005년 LG전자노동조합 위원장(3선)

2006~2008년 전국금속노조연맹 위원장

2008년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