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원 < 삼성서울병원 교수 >

당뇨병에 걸리면 치매 유발 확률이 높아 치매를 소아당뇨병(1형)과 성인당뇨병(2형)에 이은 3형 당뇨병이라고 지칭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상원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로테르담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치매)이 발병할 확률은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당뇨병 환자의 뇌에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병리조직인 노인반(세포 밖에 단백질이 쌓이는 것)과 신경변성섬유의 수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이 치매를 유발 또는 악화시키는 것은 다양한 근거로 설명된다.

첫째 당뇨로 산화적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미세혈관에 당뇨병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AGE)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뇌혈류 공급 부족이 생겨 알츠하이머병이 악화된다.

둘째 치매환자 뇌에서 보이는 신경세포의 퇴행성 변화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생성ㆍ응집ㆍ침착돼 신경에 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AGE는 이 단백질의 반감기를 연장시켜 뇌에 축적되는 양을 늘린다.

셋째는 인슐린분비 장애가 일어나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조직을 구성하는 타우(Tau) 단백질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활성화되고 뇌내 신경세포에 축적된다는 것이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병원의 신경병리학자인 수전 들라몬트 박사는 지난해 '알츠하이머병 저널' 11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치매 초기 단계에서부터 뇌의 인슐린 생산이 현저히 줄어들고 병이 진행되면서 인슐린이 점점 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치매에서 나타나는 뇌세포 파괴가 인슐린의 신호전달 기능 이상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에서 치매 말기 단계의 환자는 뇌세포의 인슐린 수용체가 정상인에 비해 80%나 적었다.

최신 가설은 알츠하이머병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한 질병인데 동물실험 결과 당뇨병에 걸리면 이 물질이 혈관-뇌장벽(뇌 안으로 이물질이 통과하지 못하게 막는 생리적 장벽)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며 "다만 이들 질환은 노인에게서 잘 발생하므로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하며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즉시 식사요법과 운동으로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