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수억원에 달하는 펀드매니저들이 전셋집에 사는 경우가 예상외로 많아 관심이다.

목돈을 아파트 등에 묻어두기보다 주식 등으로 굴려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운용사 펀드매니저 B씨(39)는 지난해 5억원의 연봉을 받았지만 경기도 한 신도시의 56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를 산다.

"그렇게 많은 연봉을 벌면서 왜 전세를 사느냐"며 주택을 사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에게 B씨는 되레 "목돈이 있으면 내게 맡겨라.잘 굴려주겠다"고 제안한다.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아파트에 투자해서 깔고 앉아있는 것보다는 주식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백번 낫다는 펀드매너저다운 판단에서다.

한 연기금의 펀드매니저인 C씨(37)도 연봉이 1억원 정도지만 자기 집이 없다.

그는 "부동산은 일찌감치 투자목록에서 뺐다"며 "3.3㎡(1평)에 4000만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서 어떻게 수익을 올리겠냐"며 주변 사람들의 부동산 투자를 말린다.

이와 관련,최근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은 2006년 2월 취임 직후 펀드매니저들이 부동산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취임 이후에 보니 해외 유명 MBA(경영학석사) 출신자들이 수두룩한 고액 연봉의 엘리트 직원들이 하나같이 자기 집이 없었다는 것이다.

입사하자마자 빚을 얻어 아파트부터 사는 직원들이 많은 은행과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당시에는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자신의 저서인 '이채원의 가치투자'에서 "부동산은 리스크가 적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채권을 넘어서기 힘들다"면서 "주식은 리스크만 줄일 수 있으면 수익률이 이보다 훨씬 높다"고 강조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