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IB 없는 일본 '反面敎師'

정부 내에서 산업은행 IB(투자은행)와 기업은행 및 우리금융을 묶는 금융지주사 설립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가 13일 일본의 주요 금융그룹을 방문,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총재는 표면적으로는 일본 주요 IB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민영화 추진 전략과 민영화 이후의 해외 영업 확대 방안,글로벌 자원개발금융 및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분야에서 한♥일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일본 방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금융사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산은의 장기 발전 전략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 총재는 오는 15일까지 미노루 무로후시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총재,히로시 사이토 미즈호은행장,데이스케 기타야마 SMBC 행장,노부오 구로야나기 미쓰비시도쿄UFJ 행장,주니치 우지에 노무라증권 회장 등과 잇달아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산업은행은 밝혔다.

그는 우선 산은과 성격이 유사한 DBJ에는 민영화 과정 및 이후 전략에 대해 물어볼 계획이다.

2005년 말 일본 정부가 마련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오는 10월 주식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DBJ는 앞으로 5∼7년 동안 정부 지분이 완전 매각된다.

김 총재는 민영화 준비 과정이나 향후 전략뿐 아니라 완전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보증채를 발행할 수 있는 구조,국제 신용등급 유지 방안,기발행된 정부 보증채의 유효 기간,민영화 후 재원 조달 방안 등을 세심히 살펴볼 예정이다.

미즈호은행 SMBC 미쓰비시도쿄UFJ와는 세계시장 투자은행 부문 협력 방안이 주로 협의된다.

특히 미즈호은행과는 미즈호은행이 금융자문을 맡고 있는 파나마운하 확장 프로젝트에 산은이 참여하는 방안 등이 협의된다.

SMBC와 미쓰비시도쿄UFJ로부터는 지주회사 체제 기반 확립 방안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MBC는 2002년,미쓰비시도쿄UFJ는 2006년 각각 지주회사로 전환됐으며 산은은 현재 민영화 과정에서 대우증권 산은캐피탈 등과 함께 지주 체제 변환을 추진 중이다.

김 총재는 증권계 IB인 노무라증권으로부터는 은행계 IB와의 차이점과 해외 확대 전략 등을 참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김 총재는 일본 금융회사가 막대한 자금과 세계적 제조업체들을 배경으로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적 IB로 발돋움하지 못한 이유를 찾는 데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산은 관계자는 "김 총재가 지난해 말 홍콩과 싱가포르의 유수 IB들을 만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며 이번엔 다른 차원의 교훈을 얻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