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 서울대 교수·경영학 >

작년 봄 보수적 은행인 HSBC가 비우량담보대출로 고생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누구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대부분의 은행이 개인대출 중 비우량담보대출 비중은 10% 이내이고 위험 관리 범위내에 있다고 했을 때도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비우량담보대출 금액이 8억달러에 불과해서 전부 대손처리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금융위기로 번져가고 있다.

흔히 꼬리만 보고 근본을 못 보는 잘못을 범할 수 있는데 비우량담보대출 사고가 바로 그렇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만 해결된다면 세계 금융위기가 해결되는 것으로 간단하게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이 파생상품과 연결된 복합적인 상품 구조에 문제가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미국의 경기침체다.

경기침체로 주택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S&P가 비우량주택담보대출 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인다고 발표한 다음날 미국의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부도 상태에서 JP모건에 매각되고 말았다.

문제는 나머지 투자은행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그대로 상업은행에 영향을 미치고 실물경제로 다시 회귀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 주최로 긴급 대책위원회를 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재할인 금리를 인하하면서 18일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추가로 금리를 대폭 내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것만으로 경기침체로부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금융정책이 실물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유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등이 경기악화 국면에서 이중 삼중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경기불황에 물가상승까지 겹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가 경기침체에 따라 약세가 돼 상대국가들의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이제는 미국 경제도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삼각 파도에 올라탄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상황이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되긴 어려워 보인다.

주가,채권가격,원화 가치가 동반급락하는 데다 유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심각해지고 있다.

다른 나라 통화가 미국 달러 하락으로 절상되고 있는데 비해 유독 원화가치는 급속하게 하락하고 있다.

이는 배당이나 이자 송금 같은 요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자재를 수입해야만 하는 우리나라로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상수지적자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수출산업을 위해 원화가치가 떨어져 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 산업도 덕을 보기 어렵다.

더구나 증권시장에서 본국의 유동성 위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이미 재작년부터 매도세력이 되어 달러 수급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폭적인 구조조정과 원가절감으로 생존을 위한 비상체제를 가동해야만 한다.

금융기관은 모든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이미 미국의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생존전략(survival mode)으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이제 경제 살리기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지난 정권은 원자재 확보를 등한시하고 국민들의 반기업ㆍ반외국기업투자정서를 확산시켰다.

그 결과 잠재성장률은 점차 낮아졌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삼아 비상전략을 짜야 한다.

밀려오는 삼각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선장의 몫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식 장기 불황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