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객장.주부 김영숙씨는 투신영업 창구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 아래로 떨어지자 저가 매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펀드로 자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자동이체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정해진 날짜에 일정액을 이체하는 정액적립식 대신 투자 시기와 금액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가가 아직 저점이란 확신이 들지 않고 추가 조정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많아서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투자금액을 정할 생각으로 자유적립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적립식펀드도 자동이체 방식의 정액적립식보다 자유적립식으로 바뀌고 있다.

신규 가입자는 물론이고 이미 정액식으로 가입했던 투자자들도 자동이체를 해지하고 자유 적립식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찍고 조정을 받기 시작한 이후 가속화되는 추세다.

증시가 증권사들의 전망과 다르게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져 "차라리 투자 시기를 내가 직접 선택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김은영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사원은 "요즘 자동이체를 풀고 자유적립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생긴 트렌드"라고 전했다.

펀드 자금 흐름에서도 이런 추세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지난 1월 말 현재 금액 기준으로 펀드에 자금을 일시에 투자하는 거치식 비중은 79.7%,적립식은 20.3%에 달한다.

적립식 가운데 자유식은 17.6%로 정액식(2.7%)보다 훨씬 많다.

지난해 3월 말과 비교하면 자유식은 7.3%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정액식은 0.3%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특히 '2000 고지'를 밟았던 코스피지수가 1750까지 급락했던 지난해 11월 이후 자유식 비중은 15%대에서 17%대로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작년 3월 말 9.4%였던 자유식 비중이 올 1월 말에는 11.4%로 크게 늘어난 반면 정액식은 4.2%에서 2.2%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유적립식은 시황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 시기와 금액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내키지 않으면 자금을 한푼도 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가 시황을 정확하게 전망하기란 어려운 일인 만큼 장기투자자라면 매월 정해진 날에 일정액씩 투자하는 정액식이 더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4년까지 25년간 매년 족집게처럼 코스피지수의 최저점에서 투자했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11.09%에 이른다.

그렇지만 같은 기간에 매년 마지막날에 동일한 금액을 투자했을 때도 수익률이 9.55%에 달해 족집게 투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정기투자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 기간이 짧은 경우에는 매매 타이밍을 잘 잡아 수익률에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간이 길어질수록 격차는 줄어든다"며 "지수 등락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일반투자자는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오랫동안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장기투자를 결심했다면 투자 시점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자칫하단 제 꾀에 본인이 넘어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