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이승만-건국, 박정희-성장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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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등 한쪽만 평가하는 것은 위험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
"박정희는 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이끈 주역."
한국 근현대사 속 대표적 두 통치자에 대한 대안교과서의 평가다.
대안교과서는 이들을 근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로 보았다.
대안교과서는 또 두 인물을 국민국가 건설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대한민국 정치,경제 발전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해 반민주적 독재 정치를 선택하는 등 적지 않은 실정을 했다는 점에서 민족·인권주의를 중시한 기존 역사서들에 의해 신랄한 비판도 받아왔다.
똑같은 사건이나 인물이라도 보는 시각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엇갈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안교과서 근현대사에 나온 주요 인물에 대한 평가를 기존의 역사 교과서와 비교해 살펴보기로 하자.
⊙ 이승만과 김구
대안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정치 이념과 정책은 자유민주주의,반공주의,반일정책,북진통일"이라며 "공산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기틀을 잡는 데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는 등 당대의 어느 정치가보다 탁월한 시야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동아시아의 질서를 일본 중심으로 재편하려 할 때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자립적 국가경제를 위한 독자적인 공업화정책을 추구했다고 치켜세웠다.
그 밖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에 원자력연구소 문을 열게 하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안목을 갖춘 인물로 보았다.
김구에 대한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대안교과서는 "통일정부 수립을 논의하기 위해 38선을 넘어 평양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김구는 김규식과 함께 1948년 4월 단독선거를 막고자 평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교섭 실패 후 김구는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한편 현행 교과서 중 하나인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금성교과서)는 "이승만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중단되자 곧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해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다"고 평가 절하한 반면 통일정부 수립에 앞장 선 김구의 노력은 높게 평가했다.
금성교과서는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 이승만은 찬성한 반면 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들과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정치 세력들은 북한과 협상을 통해 남북 분단을 막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승만 정부는 집권 후 부패 척결이나 친일파 청산 등 민중의 요구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권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 점차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표현해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곳곳에 드러냈다.
⊙ 박정희
대안교과서는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도 "박정희의 등장은 근대화 과제를 강력히 추진할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정치집단이 부상하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서술했다.
또 "그는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민족의 사대주의,자주 정신의 결여,게으름,명예심의 결여를 증오했으며 그 결과로 빚어진 민중의 고난과 가난에 근원적으로 분노하였다"고 표현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그의 사상적 배경을 설명했다.
"비타협적 권위주의 통치가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해 이 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이중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방식을 취했다.
유신 또한 개인의 권력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한국인에게 안겨줬다고 얘기했다.
반면 금성교과서를 비롯한 다른 역사교과서는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유신으로 독재 체제를 구축한 것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국가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구실을 내세워 강압적인 통치를 펼쳤다는 것이다.
⊙ 이병철과 정주영
대안교과서는 이례적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업인들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기술했다.
대표적 기업가로 삼성과 현대를 각각 창업한 이병철과 정주영을 꼽았다.
이병철에 대해서는 1978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삼성반도체를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을 개척한 인물로,정주영은 저돌적 경영의 수많은 일화 남겼는데 이는 고도성장기 한국인의 개척 정신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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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를 보는 엇갈린 두 시각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E H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주관적 마음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직 현재의 눈을 통해 과거를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한국 현대사 해석 역시 당시의 정치권력과 시대적 이념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 현대사를 보는 시각은 민중·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쓰여진 좌파계 역사서와 탈민족주의·탈이념에 기초한 우파계 역사서로 양분되어 자주 충돌해 왔다.
좌파적 시각과 우파적 시각의 대표적 역사서를 살펴 보고 한국 현대사에 관한 이들의 논쟁 쟁점을 알아보자.
'해방전후사의 인식'(전6권·한길사)은 1980년 이후 민족·민중주의 바람을 타고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로 각광을 받았다.
이 책은 분단의 책임이 이승만 정권과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좌파적 사관을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깊게 심었다.
이러한 역사관은 1988년 첫 권이 출간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전3권·돌베개)로 이어졌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사생아'로 표현한 반면 북한을 우호적으로 서술해 학생 운동권의 의식화 교재로 널리 쓰였다.
한편 두 책들의 시각은 2003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금성출판사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로 계승됐다는 것이 우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성교과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통일 민족국가 수립의 실패로 평가하고 북한을 '민족자주적', 남한을 '외세의존적'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우파 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아 왔지만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던 우파 학계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2006년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전2권·책세상)은 '탈민족주의'와 '탈이념'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인 역사관을 지향했다.
북한이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했다는 것은 허구이며,분단의 책임은 소련과 북한에 있다는 등 1990년대 새로 발굴된 사료들을 근거로 기존 좌파의 해석을 반박했다.
같은 해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우리 역사 바로 보기'(성신여대 출판부)는 좀더 쉬운 내용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승만은 미국의 '앞잡이'가 아니라 미 군정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며,6·25 전쟁은 김일성이 소련에 남침 지원을 요청해 스탈린의 세계 전략이 여기에 개입된 결과"라는 등의 해석을 내놓았다.
경제 분야에서의 새로운 '대안 교과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2월 전경련과 교육부는 현행 경제 교과서가 반(反)기업·반(反)시장적 시각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차세대 경제교과서'를 펴냈다.
현행 교과서의 내용과는 달리 "정부의 개입이 개인과 사회의 전체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자유 시장 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건국자이자 수호자."
"박정희는 한국 경제의 고성장을 이끈 주역."
한국 근현대사 속 대표적 두 통치자에 대한 대안교과서의 평가다.
대안교과서는 이들을 근현대화 과정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초석을 다진 선구자로 보았다.
대안교과서는 또 두 인물을 국민국가 건설과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대한민국 정치,경제 발전의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해 반민주적 독재 정치를 선택하는 등 적지 않은 실정을 했다는 점에서 민족·인권주의를 중시한 기존 역사서들에 의해 신랄한 비판도 받아왔다.
똑같은 사건이나 인물이라도 보는 시각이 왼쪽이냐 오른쪽이냐에 따라 해석이 크게 엇갈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안교과서 근현대사에 나온 주요 인물에 대한 평가를 기존의 역사 교과서와 비교해 살펴보기로 하자.
⊙ 이승만과 김구
대안교과서는 "대한민국 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정치 이념과 정책은 자유민주주의,반공주의,반일정책,북진통일"이라며 "공산주의 국제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기틀을 잡는 데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커다란 공훈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또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는 등 당대의 어느 정치가보다 탁월한 시야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동아시아의 질서를 일본 중심으로 재편하려 할 때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자립적 국가경제를 위한 독자적인 공업화정책을 추구했다고 치켜세웠다.
그 밖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에 원자력연구소 문을 열게 하는 등 미래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안목을 갖춘 인물로 보았다.
김구에 대한 평가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다.
대안교과서는 "통일정부 수립을 논의하기 위해 38선을 넘어 평양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김구는 김규식과 함께 1948년 4월 단독선거를 막고자 평양을 방문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교섭 실패 후 김구는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
한편 현행 교과서 중 하나인 금성출판사의 교과서(금성교과서)는 "이승만은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중단되자 곧바로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을 주장해 분단 고착화를 가져왔다"고 평가 절하한 반면 통일정부 수립에 앞장 선 김구의 노력은 높게 평가했다.
금성교과서는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대해 이승만은 찬성한 반면 김구 김규식 등 민족주의자들과 중도적 입장을 취하던 정치 세력들은 북한과 협상을 통해 남북 분단을 막으려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승만 정부는 집권 후 부패 척결이나 친일파 청산 등 민중의 요구에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권력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 점차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표현해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곳곳에 드러냈다.
⊙ 박정희
대안교과서는 5·16을 쿠데타로 규정하면서도 "박정희의 등장은 근대화 과제를 강력히 추진할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정치집단이 부상하는 토양을 제공했다"고 서술했다.
또 "그는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민족의 사대주의,자주 정신의 결여,게으름,명예심의 결여를 증오했으며 그 결과로 빚어진 민중의 고난과 가난에 근원적으로 분노하였다"고 표현함으로써 경제 성장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그의 사상적 배경을 설명했다.
"비타협적 권위주의 통치가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해 이 시대가 가지고 있었던 이중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방식을 취했다.
유신 또한 개인의 권력욕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한국인에게 안겨줬다고 얘기했다.
반면 금성교과서를 비롯한 다른 역사교과서는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유신으로 독재 체제를 구축한 것에만 무게를 두고 있다.
국가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구실을 내세워 강압적인 통치를 펼쳤다는 것이다.
⊙ 이병철과 정주영
대안교과서는 이례적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는 데 기업인들의 역할도 중요했다고 기술했다.
대표적 기업가로 삼성과 현대를 각각 창업한 이병철과 정주영을 꼽았다.
이병철에 대해서는 1978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삼성반도체를 설립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을 개척한 인물로,정주영은 저돌적 경영의 수많은 일화 남겼는데 이는 고도성장기 한국인의 개척 정신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평가했다.
박정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parkbi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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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를 보는 엇갈린 두 시각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E H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주관적 마음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직 현재의 눈을 통해 과거를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한국 현대사 해석 역시 당시의 정치권력과 시대적 이념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국 현대사를 보는 시각은 민중·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쓰여진 좌파계 역사서와 탈민족주의·탈이념에 기초한 우파계 역사서로 양분되어 자주 충돌해 왔다.
좌파적 시각과 우파적 시각의 대표적 역사서를 살펴 보고 한국 현대사에 관한 이들의 논쟁 쟁점을 알아보자.
'해방전후사의 인식'(전6권·한길사)은 1980년 이후 민족·민중주의 바람을 타고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로 각광을 받았다.
이 책은 분단의 책임이 이승만 정권과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등 좌파적 사관을 학계와 일반인들에게 깊게 심었다.
이러한 역사관은 1988년 첫 권이 출간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전3권·돌베개)로 이어졌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미국의 사생아'로 표현한 반면 북한을 우호적으로 서술해 학생 운동권의 의식화 교재로 널리 쓰였다.
한편 두 책들의 시각은 2003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금성출판사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로 계승됐다는 것이 우파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성교과서는 대한민국 건국을 통일 민족국가 수립의 실패로 평가하고 북한을 '민족자주적', 남한을 '외세의존적'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우파 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아 왔지만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역사 인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말을 아꼈던 우파 학계는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2006년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전2권·책세상)은 '탈민족주의'와 '탈이념'을 바탕으로 한 실증적인 역사관을 지향했다.
북한이 친일 청산을 완벽하게 했다는 것은 허구이며,분단의 책임은 소련과 북한에 있다는 등 1990년대 새로 발굴된 사료들을 근거로 기존 좌파의 해석을 반박했다.
같은 해 출간된 '청소년을 위한 우리 역사 바로 보기'(성신여대 출판부)는 좀더 쉬운 내용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승만은 미국의 '앞잡이'가 아니라 미 군정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며,6·25 전쟁은 김일성이 소련에 남침 지원을 요청해 스탈린의 세계 전략이 여기에 개입된 결과"라는 등의 해석을 내놓았다.
경제 분야에서의 새로운 '대안 교과서'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2월 전경련과 교육부는 현행 경제 교과서가 반(反)기업·반(反)시장적 시각에 치우쳐 있다고 보고 '차세대 경제교과서'를 펴냈다.
현행 교과서의 내용과는 달리 "정부의 개입이 개인과 사회의 전체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자유 시장 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