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저희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3가에서 '돼지사냥'이란 상호의 삼겹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창용(43) 임윤희(43) 부부입니다. 둘 다 컴퓨터를 전공해 관련 사업을 함께 하다 여의치 않아 동생이 2003년 창업한 점포를 3년 전에 인수했습니다. 10년 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조개구이와 고깃집을 2년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점포는 영등포구청 맞은편 이면도로에 있습니다. 1층 건물로 99㎡(30평형) 규모에 테이블이 15개 있습니다. 점포 앞 주차공간을 활용한 야외 테이블 5개를 포함하면 80석 정도 됩니다. 보증금 2500만원에 월 225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습니다. 인수할 때 권리금 등을 포함해 1억3500만원가량 들었습니다.

인수 초기에는 매출이 월 900만~1000만원으로 그다지 좋지 않았고 2년간 적자에 허덕였습니다. 장사가 가장 잘 될 때도 월 1500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손님이 조금씩 늘면서 현재 약 1800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제 겨우 손익분기점은 넘긴 것 같습니다.

저희 점포는 개업 초기부터 육질 좋은 고기와 맛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메뉴는 삼겹살(1인분 7000원)과 목살(7000원) 항정살(7000원) 댓잎왕갈비(8000원) 등으로,모두 지리산 흑돼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순수 육류 원가가 30%를 넘고 기타 부자재까지 포함하면 40~45%로 원가 비중이 올라갑니다.

여기에 전기·수도료 등 각종 경비와 월세,대출금 이자,종업원 3명의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월 1800만원의 매출을 올려도 사실상 남는 게 없습니다.

초기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고 그동안 까먹은 손실을 만회하려면 조금씩이라도 이익이 나야 하는데 현재 매출 구조로는 어렵습니다. 인근 점주들은 저희 점포에 저녁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수익이 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매출을 늘리거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요.

[ 입지 ]

구청역 먹자골목 상권 … 직장인 소비층 두터워

이 점포는 서울 주요 상권 중 하나인 영등포구청역 상권 내 먹자골목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 주변은 1차 상권이라 할 수 있는 반경 500m 이내에 500개가 넘는 점포에 달할 만큼 배후 기반이 탄탄합니다. 영등포구청과 의회,영등포경찰서 등 관공서가 인접해 있고,사무실과 공장 아파트단지 등이 혼재해 있습니다. 직장인 소비층이 두터운 전형적인 오피스형 상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깃집만 해도 40여개에 이르고 유흥업소도 100여개가 몰려 있을 정도로 낮보다는 밤에 유동인구가 많고 활발한 저녁 상권에 속합니다. 예전에는 공장 지역이었지만 점차 주거화·사무실화되고 있는 역동적인 상권입니다.

주민 연령대를 보면 자녀를 둔 40대 이상보다는 20~30대 젊은층이 많습니다. 이들은 임시로 거주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가족 단위의 외식 중심 먹거리보다는 술 중심의 회식형 먹거리가 강세를 보이고 주말보다는 평일,점심보다는 저녁에 매출이 월등히 높습니다.

동일 상권 내에 동종 업소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메뉴나 시설의 차별화에 따라 고객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오래된 업소가 명소로 인정받는 특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권 특성을 감안할 때 의뢰인의 업종은 운영만 잘하면 매출을 상당히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상호로 5년간 점포를 운영하면서 단골을 많이 확보한 것도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 걸림돌 ]

찾기 힘들고 실내 환기 안돼 … 고기맛 좋지만 반찬은 엉성

이 점포는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주차장 자리를 야외 테이블로 활용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같은 선상에 있는 점포들에 비해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 가시성이 떨어집니다. 도로변에 위치해 있음에도 고객들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게 약점입니다.

'돼지사냥'이란 상호는 독자적으로 지은 것이지만 나중에 생긴 저가형 프랜차이즈가 동일한 상호를 쓰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손님들이 저가형 삼겹살 전문점으로 오인하고 찾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가게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깃집에서 중요한 환기가 잘 안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노후화된 탓입니다. 면적에 비해 앞뒤 폭이 작고 매장 가운데 위치한 주방을 중심으로 테이블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어 자리가 협소해 보이고 서비스 동선이 불편합니다.

주 메뉴인 삼겹살 목살 항정살 댓잎왕갈비 등은 국내산 흑돼지를 사용해 고기맛은 뛰어나지만 매입 단가가 높아 같은 업종의 점포에 비해 원가비중이 5~10% 정도 높습니다. 열탄숯을 이용한 직화구이 방식도 고기맛을 좋게 하지만 원가면에서는 상승 요인입니다. 상차림에 올라가는 기본 반찬은 타 점포에 비해 차별화된 게 없습니다. 또 매장의 통일성이 부족합니다.

상호명과 인테리어 반찬그릇에 이르기까지 일관성이 부족해 이 점포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테이블에 하얀색 멜라민 반찬 접시들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내부 테이블과 야외 테이블이 서로 달라 일체화된 분위기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가 높은 메뉴 가격인상 불가피 … 흑돼지 직화구이 경쟁력 충분… 어수선한 실내도 깔끔히 정리를

임대료(월 225만원) 기준으로 월 매출이 2200만원 정도 돼야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의뢰인 부부의 인건비를 감안하면 매출 목표를 월 2400만원으로 잡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400만~600만원 정도 매출을 늘려야 하는 셈입니다.

우선 판매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국내산 흑돼지를 사용하고 가스불이 아닌 열탄숯 직화구이 방식으로 고기맛을 내는 데 비해 가격은 다소 저렴한 편입니다. 메뉴에 따라 1인분에 1000원 정도 인상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단,무작정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원가 분석을 통해 1~2개 메뉴부터 순차적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자주 찾는 손님들에게 먼저 의견을 묻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시키려고 하는 게 좋습니다.

가격을 올릴 경우에는 상차림을 개선하고 소폭의 리뉴얼을 통해 점포 분위기를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도 판매가에 비해 반찬수가 적습니다. 반찬을 몇 가지 추가하고 원가 부담이 크지 않아도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안주거리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합니다. 반찬 접시도 매장 분위기와 어울리는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는 위험 부담이 큽니다. 다만 좁은 미닫이문인 점포 출입구를 양옆으로 문을 열고 닫는 개방형으로 바꾸는 것을 추천합니다. 점포의 답답한 느낌을 해소할 수 있고 내부와 주차장 공간인 야외 테이블을 연계해 넓은 공간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점포에 들어서면 주방과 계산대,배식 공간이 혼재돼 있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 전면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합니다.

의뢰인이 매출 증대를 위해 고려 중인 점심식사 제공은 신중해야 합니다. 삼겹살 전문점의 경우 점심 영업을 했다가 대다수가 실패합니다. 추가로 준비해야 하는 음식 재료나 인건비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점심 영업을 하더라도 메뉴를 얼큰한 국물맛을 내는 촌돼지찌개 등 차별화된 1~2개 정도로 한정해야 합니다.

점심 영업보다는 저녁 메뉴를 보강하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가족 단위의 외식형이 아니라 주로 직장인들이 소주 생각이 나서 들르는 선술집형 분위기입니다. 이 점포의 장점인 열탄숯 직화구이의 장점을 살려 갈매기살이나 돼지껍데기,젊은 층이 선호하는 고추장 삼겹살 등 다양한 고객이 찾을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해볼 만합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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