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열린 2008 제네바 국제모터쇼는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 신차들의 경연장으로 완전히 탈바꿈,세계의 주목을 모았다.

어떤 메이커가 더 연비가 좋고 탄소 배출이 적은,그러면서도 엔진 출력 등 성능은 기존 휘발유나 경유차에 못지않은 자동차를 내놓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BMW 벤츠 GM 포드 등 톱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청정 디젤 자동차 등 ‘친환경’에 방점을 찍은 새 모델을 내놓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덩치 크고 힘좋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나 초대형 지프,고성능에다 우아함을 동시에 갖춘 럭셔리 세단도 친환경 컨셉트를 가미하지 않으면 참관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살인적인 고유가에다 온난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커진 관심이 친환경차 수요를 빠르게 키우면서 자동차 회사들의 관심은 온통 ‘미래형 친환경차’에 쏠리고 있다.

◆달아오른 친환경차 개발 경쟁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카가 전년 대비 38% 늘어난 35만대 팔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의 여파로 인해 전체 시장이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유독 하이브리드카만 급성장했다.

올해도 30% 이상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자동차업계 전망이다.

1990년대 후반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으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은 친환경차 시장을 하이브리드카 중심으로 끌고가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도요타는 올해 60만대,2010년 100만대 규모의 하이브리드카 생산체제를 갖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외에 미국과 중국에 하이브리드카 공장을 두고 있고 내년부터는 태국에서도 생산한다.

지난 10년간 출혈을 감수하고 하이브리드카 시장 확대에 승부를 걸어온 도요타는 올해부터는 하이브리드 부문에서도 마진을 남길 것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와 저가 모델 개발 등을 통해 도요타에 밀리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근 출시한 시빅 하이브리드 신형 모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차에 시장을 선점당한 GM 등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정용 전기로 미리 충전하는 방식의 하이브리드카)라는 '맞짱 카드'를 꺼내들었다.

플러그인 방식은 충전 후 처음엔 전기자동차처럼 움직이다가 전기에너지가 소진되면 일반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방식으로 구동한다.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연비가 2배 이상 뛰어나다는 게 강점이다.

이미 몇몇 종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선보인 GM은 2010년께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벤츠 BMW 등 유럽 회사들은 2030년 이후엔 친환경차 시장이 최고의 청정 자동차인 수소연료나 수소연료전지자동차로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장기 투자에 나섰다.

다만 과도기적으로는 시장을 선점당한 하이브리드보다는 친환경 디젤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총력 지원 나선 각국 정부

미국과 일본,유럽은 물론 중국 등 후발 자동차 공업국들의 정부도 친환경차 R&D(연구개발) 지원 및 보급 확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고연비ㆍ저매연 자동차 수요를 늘려 온난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면서 자국 자동차산업도 지원하는 이중포석이다.

하이브리드카 경쟁에서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앞서 나가고 있는 데는 기업들의 노력 외에 정부의 긴밀한 지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1997년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한 R&D 자금 지원에 나설 정도로 대응이 빨랐다.

1998년 이후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를 도입,기존 차량과 차이나는 구매비의 50%를 보조하며 적극적인 수요 확대에 나섰다.

1년간 자동차세 50%와 취득세 2.2% 경감 조치도 취했다.

내수 시장을 키워 기술 및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준 것이다.

미국 정부도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차 개발 투자를 늘리며 자국 자동차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친환경차 구매자에게 최대 3400달러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지원책을 도입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 등은 소득공제 및 소비세 감면과 함께 하이브리드차 등의 경우 버스전용차선 진입을 허용하는 혜택까지 주고 있다.

중국도 2001년부터 친환경차 핵심기술 등에 대한 정부 주도 개발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열린 베이징모터쇼에서는 상하이자동차 창청자동차 디이자동차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 상당수 업체들이 독자개발한 하이브리드카 등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