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車가 미래다] (中) 뒤처진 경쟁력ㆍ뒷짐진 정부…양산기준 일본과 10년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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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자동차는 서울 양재동 본사 로비에 고급차 제네시스,모하비와 함께‘베르나하이브리드’모델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친환경차 개발 및 조속한 양산의 중요성과 절박성을 임직원 모두가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21일 기아차 광주공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에게“지속성장을 위해 환경 친화적인 미래차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친환경차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밝혔다.
친환경차를 제2도약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회사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하이브리드카 양산 시점을 내년 7월로 앞당기기로 최근 결정한 것도 런 맥락에서다.
◆피말리는 '시간과의 싸움'
현대ㆍ기아차가 국내업체론 유일하게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의 본격 양산을 위해서는 완성차와 부품사를 합쳐 R&D(연구개발) 7850억원과 설비투자 1조2000억원을 합쳐 2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연료전지차는 차량제조기술 개발에 8200억원,부품과 원천기술 개발에 9800억원 등 최소 1조8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문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본 도요타는 전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현대 등 후발 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채 독주하고 있다.
혼다 GM 포드 등도 다양한 차종의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으며 도요타를 맹추격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마냥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촉박하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내년 7월부터 '아반떼 LPG 하이브리드'를 대량 생산키로 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쏘나타급 가솔린 및 LPG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시장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도요타가 '프리우스'를 미국시장 등에 선보인 1997년과 비교하면 줄잡아 10년가량 격차가 있는 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수소연료전지차 투자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에 이어 자동차시장을 주도할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는 경쟁회사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세계적으로 연료전지차를 양산하는 업체가 아직 한 곳도 없어 오히려 기회가 많다는 게 현대ㆍ기아차 생각이다.
◆왜 LPG하이브리드인가
현대차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할 하이브리드카로 LPG모델을 택한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
우선 LPG하이브리드는 가솔린 모델보다 연료비 절감 효과가 큰 만큼 수요 확대에 유리하고 도요타 등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뛰어들지 않은 시장이어서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
또 도요타가 가솔린하이브리드 특허를 650여개나 보유하고 있어 이를 피해 경쟁력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LPG에선 현대차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독자 영역 구축이 수월한 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LPG하이브리드카가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비해 연료비 절감 효과가 높아 시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도요타가 가솔린 하이브리드에서 글로벌 최강자라면,LPG 에서는 현대차의 기술이 세계 최고여서 독자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양산해도 기술은 물론 원가 경쟁력에서 도요타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LPI 하이브리드카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앞으로 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해야 하지만 LPG 하이브리드카도 인도와 동남아시아,중동 등 신흥시장 진출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R&D 지원 서둘러야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 산업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가 이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아 R&D 자금 지원 등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뿐만 아니라 전기차ㆍ무인차ㆍ수소연료전지차 등의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할 민ㆍ관ㆍ학 협력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일본 미국 유럽 등은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천억원씩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 정부가 작년 400억원 정도를 지원했는데,이 정도로는 경쟁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갖춘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기 위해선 2015년까지 매년 2000억원 정도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 등이 안 되면 하이브리드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2012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만 7300억원,미국은 2015년까지 2조7000억원,유럽은 같은 해까지 6조9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반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원책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