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쟁의촉진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의 노동쟁의중재법이 5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은 근로자가 불만사항에 대해 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면 사용자는 그 결과를 무조건 수용토록 한 게 핵심이다.

신청에는 돈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들 기업은 '찔러보기식 분쟁'이 크게 늘고 노무관리비 또한 급증하는 등 올초 신노동계약법 발효에 이은 '2차 노동 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29일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등에 따르면 노동쟁의중재법은 근로자가 △1년 연봉에 못 미치는 소액 임금 △경제보상금(퇴직금) △근로시간 △의료비 △사회보장 △복지 등에 관해 불만이 있을 경우 지역 노동쟁의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토록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노동쟁의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명분 아래 기존 노동법안에 포함돼 있던 중재조항을 따로 떼어내 별도 법으로 만들었다.

이 중재법의 핵심은 근로자가 이전과 달리 중재 신청 비용을 낼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또 이전에는 60일 이내에 발생한 사안만 신청토록 했지만 이 법은 1년으로 확대했다.

특히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가 임금과 관련해 신청할 때는 기한 제한이 없다.

반면 처리 시한은 기존 최장 104일에서 60일로 대폭 단축했다.

사용자는 신청내용을 반박할 증거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만약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줘야 한다.

'일재종국(一裁終局.한번 중재로 판결을 완결) 원칙' 아래 중재 결과에 법적 강제력을 부여해 이전처럼 중재 후 자동 소송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에게 국한한 것으로,근로자가 중재 결과에 불복할 경우엔 15일 이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가득찬 셈이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연초 신노동계약법에 이어 노동쟁의중재법 시행으로 경영 여건이 극히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노동계약법은 두 번 이상 기간제 계약을 맺었거나 10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려면 종신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2005년 31만건에 그쳤던 노동분쟁 건수가 2006년 44만건,그리고 지난해는 68만건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신노동계약법 발효를 3개월 앞둔 작년 10월부터 올 3월 말까지 베이징 주요 공업지역에서 발생한 노동쟁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5% 증가한 1만3416건에 달했다.

노동쟁의중재법이 발효되면 분쟁이 더 잦아질 전망이다.

광저우 해동테크 심명근 사장은 "새로 시행되는 법안은 사용자가 재심 청구도 못하고 무조건 중재 결정을 수용토록 하는 등 일방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한 게임의 룰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KOTRA 베이징사무소 이평복 중국팀장은 "중재신청에 대비해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도록 노무.인사관리의 문서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29일 베이징 중국해양석유총공사에서 열린 '제4차 한.중 재계회의'에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신노동계약법과 쟁의중재법은 이상적이고 발전적인 내용이지만 잘못 운영되면 생산성 저하,노무관리 리스크 증가 등을 불러올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송형석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