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아시아 금융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아시아판 국제통화기금(IMF)'인 아시아통화기금(AMF)의 규모가 확정됐다.

하지만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의 이견으로 자금 분담에 대한 논의조차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AMF가 실제로 출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4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에서 한·중·일 3국과 아세안 재무장관들은 AMF의 규모를 '800억달러 이상'으로 확정하고 이 중 80%를 한·중·일 3국이,20%를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또 자금 지원 조건은 만기 3개월에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1.5~3%포인트로 정했다.

공동펀드의 규모와 자금 지원 조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AMF 설립을 위한 첫발을 뗀 셈이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국가별 분담 비율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2위 경제대국이므로 AMF에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구매력지수(PPP)와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위상을 고려하면 자신이 1대주주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대외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며 1대주주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론 일본이나 중국이 AMF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DB는 세계 식량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는 그러나 "융자 규모는 상당한 정도가 되겠지만 엄청난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지원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드리드=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