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규모가 증가한 반면 수익성·건전성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주주 론스타가 HSBC에 매각을 추진 중인 외환은행이 선전해 주목된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외형 기준으로만 보면 올해 들어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1분기 동안 자산을 24조원(11.5%) 늘렸고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에 자산 규모를 25조원(7.7%)가량 키웠다.

그 결과 이들 은행을 자회사로 각각 둔 신한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의 자산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돌파했다.

3월 말 기준 우리금융그룹의 총 자산은 307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20조원 이상 증가했고 신한금융그룹의 자산 규모도 석 달간 30조원가량 늘어 30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덩치 경쟁 속에서 위험자산 비중도 증가해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올해부터 건전성 기준을 강화한 '바젤Ⅱ(신BIS 협약)'가 시행되면서 몇몇 은행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우량 은행 기준인 10%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3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BIS 비율은 작년 말에 비해 1.6%포인트 하락한 10.0%를 기록했고 하나·기업은행의 BIS 비율도 각각 10.24%와 10.45%로 10%대로 떨어졌다.

수익성을 판별할 수 있는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신한은행이 5.2%포인트 떨어졌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를 나타내는 총자산이익률(ROA)도 낮아졌다.

순이자마진(NIM) 역시 은행 간 경쟁 격화로 전 분기에 비해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은행 업계의 수익이 전반적으로 악화된 가운데 외환은행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

지난 1분기 외환은행의 ROE는 전 분기 대비 1.28%포인트 오른 16.33%로 7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는 이 순위가 4위였다.

외환은행은 또 올해 1분기 ROA가 떨어졌으나 하락폭(0.02%포인트)이 은행권에서는 가장 작아 업계 1위(1.27%)로 올라섰다.

순이자마진(NIM)도 국민은행과 함께 은행권 최고 수준인 3%대를 유지했다.

건전성 지표도 두각을 나타냈다.

외환은행의 3월 말 연체율은 전 분기 대비 0.05%포인트 떨어진 0.65%로 은행권 중 유일하게 작년 말 대비 연체율이 개선됐다.

반면 하나·기업은행의 3월 말 연체율은 작년 말에 비해 0.25%포인트가량 높아졌고 국민·우리·신한은행의 연체율도 소폭 상승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고 중소기업 대출의 수익성이 떨어져 은행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외환은행은 외국환 및 수출입 금융 부문을 바탕으로 매년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외부 환경에 따른 실적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