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화에 나서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터무니없는 괴담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이 해명할수록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는 현상이 되풀이된다.

냉철한 시각과 과학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보기보다는 분위기와 감성에 쏠려 의혹을 키우는 병리현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론이 분열되는 것도 문제지만 인터넷 괴담 등 사회적 병리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혼란이 극에 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광우병 괴담은 '위험사회'의 전형적인 신드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광우병은 현재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이라며 "기성세대는 전통적인 과학에 대한 믿음이 강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에 아무리 광우병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에 불확실성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는 광우병 괴담이 루머가 생성.확산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밟고 있다고 진단했다.

합리적인 토론 없이 특정한 부분이 과장돼 부각되고 이는 왜곡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진지한 토론을 거쳐 해결의 수순을 밟는 정상적인 아젠다의 흐름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알려지지 않은 게 많은 상태에서 일부 세력에 의해 광우병의 위험성만 강하게 부각되다 보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근거 없는 정보들에 의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포퓰리즘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청와대 농림수산식품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이 내놓은 정보와 신문 등 기성 언론의 보도를 믿지 못하는 네티즌들의 기본 정서가 괴담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광우병의 실체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미진함에도 네티즌들은 정부를 불신하면서 색다른 정보라면 내용이 옳든 그르든 덥석 물어버리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의 익명성과 포퓰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익명의 바다인 인터넷에서는 초등학생이건 중학생이건 고교생 대학생 성인이건 누구나 동등한 위치를 갖게 된다"며 "요즘은 나이가 어릴수록 인터넷에 기민하게 대응하므로 초.중.고교생의 인터넷 권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지난 10년 동안 전 정권에서 수직적 위계질서를 해체하고 인터넷의 위력이 커지는 것을 정권 유지에 활용하면서 부스러기 정보까지 대형 포털에서는 진리가 돼버리는 실정"이라며 "이번에도 황우석 사태와 마찬가지로 그릇된 우상을 믿는 심리들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사회적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과학적인 정보와 명확한 사실 관계를 제시해 국민을 지속적으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선정성으로 밀어붙이는 인터넷 문화를 지양하고 정부와 언론이 포털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부화뇌동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진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객관적 사실의 진위와 관계 없이 국민들은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위험을 더 현실적인 것으로 믿고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며 "이러한 국민의 주관적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시훈/정종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