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외화대출의 비상관리에 들어갔다.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최근 들어 원ㆍ달러 환율까지 치솟자 각 은행들은 긴급히 비상대책반을 가동,본점 자금부에서 개별 외화대출의 승인권을 직접 챙기고 대출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신규 외화대출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은 최근 외화조달 부서인 자금부가 모든 외화대출의 승인권을 행사하도록 조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초까지만 해도 자금 담당 부서가 기업금융이나 가계금융 같은 영업부서에 대출한도를 책정해주고,영업부서에서 이 한도 내에서 개별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외화대출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외화조달 여건이 더욱 나빠지고 있는데도 수입대금 결제 등으로 외화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자 자금부가 직접 대출 건별로 승인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이다.

양동호 국민은행 자금부장은 "외국계 은행조차도 외화 조달을 제때 못해 이들과 거래하던 고객들마저 국내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운전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대출을 승인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외화 공급이 줄고 수요가 늘자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대폭 올리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외화대출의 가산금리를 평균 0.3%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달 내부금리를 평균 0.2%포인트가량 올렸다.

내부금리는 지점들이 본점에서 돈을 빌려올 때 적용되는 것으로,이 금리가 인상되면 고객들에게 적용되는 대출 금리도 시차를 두고 오르게 된다.

서영호 우리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리보(런던 은행간 대출금리)를 비롯해 국제 자금시장에서의 금리 상승으로 국내 은행의 달러조달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며 "외화대출의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올 상반기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외화대출을 엄격히 통제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최근 자금담당 부행장을 책임자로 하는 '환리스크 관리 특별대책반'을 구성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외화 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해 자금 및 외화대출 관련 부장들을 위주로 전담 데스크를 만들어 예상 환율과 외화대출 한도를 어떻게 운용할지를 수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최근 환율 급등으로 외화 조달 상황이 나빠지자 '외화 유동성 관리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외화대출을 통제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외화 유동성이 위험 요인으로 상존할 것으로 보고 각각 '예비위기 관리 대책반'과 '유동성 대책반'을 가동해 외화대출 연체율 상승 같은 만약의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