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과 기업의 외화 조달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가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과 은행이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에도 투자자가 모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7억5000만유로(미화 12억달러 상당)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수은의 이번 유로표시채권은 5년 만기 고정금리로 발행됐으며 가산금리는 유리보에 138bp(1.38%포인트)를 더한 수준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수은은 "유로시장에 투자자 모집을 공표한 지 5시간 만에 발행이 완료됐으며 들어온 주문도 14억유로가 넘었다"고 전했다.

또 "가산금리 138bp는 최근 한두 달 동안 20~30bp 이상 하락한 것이며 시장 상황이 그만큼 호전됐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수은에 앞서 코레일은 미국 시장에 3억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달러표시채권을 발행했다.

미국 국채수익률 대비 가산금리는 237bp로 최근 1~2개월 새 40bp가량 낮아진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레일의 달러표시채권에는 100개 이상 기관에서 16억달러가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달엔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부발전과 남동발전이 각각 3억달러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물의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낮아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2013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가산금리는 3월 말 185bp까지 치솟았으나 최근엔 146bp로 낮아졌다.

5년짜리 한국 정부채의 CDS 프리미엄도 3월 말 125bp까지 올랐으나 이달 15일엔 63bp로 떨어졌다.

CDS(Credit Default Swap)란 채권에서 부도 위험을 따로 떼내 거래하는 상품으로,CDS 프리미엄이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부도 위험이 낮아지고 채권가격은 올랐다는 얘기다.

이처럼 글로벌 자금시장이 호전되자 외화 조달을 추진하는 기업과 은행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10여개 이상 대기업 공기업 은행 등이 외화표시채권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조달선도 미국 유럽 등 메이저 시장으로 다시 바뀌고 있다.

수은이나 산은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멕시코 말레이시아 스위스 등 틈새시장을 주로 공략했으나 이제 미국과 유로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틈새시장에선 조달 조건은 일시 용이할 수 있지만 대규모 조달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