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가 국가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도 외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외채 얼마나 늘고 있나

외채가 급증한 것은 2006년부터다.

2005년 말 1879억달러였던 총 외채는 작년 말 3807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단기외채(만기가 1년 이내로 설정된 외채)가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장기외채는 2005년 말 1220억달러에서 2007년 말 2219억달러로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단기외채는 659억달러에서 1587억달러로 140% 급증했다.

단기외채는 자칫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국가부도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과도한 단기외채였다.

한 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및 유동외채(만기가 1년 미만 남은 장.단기외채) 비율은 '경고등'이 켜질 정도로 높아졌다.

단기외채 비율은 31.3%에서 60.5%로 뛰어올랐고 유동외채 비율은 41.1%에서 74.0%로 치솟았다.

세계은행 기준상 단기외채 비율은 60% 미만,유동외채 비율은 100% 미만일 때 '안정 수준'으로 분류된다.

◆왜 늘어나나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기록적인 수주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조선업체와 자산운용회사들의 헤지거래가 주범이다.

지난 2년간 외채 증가분의 50~60%가 이 때문이라고 외환당국은 분석했다.

조선업체들이 미래에 받을 수주대금을 현재 환율 수준에서 고정시키기 위해 선물환을 매도하면 거래 상대방인 은행들은 늘어난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달러를 빌리거나 스와프(원화와 달러화를 맞바꾸는 것)하는 경우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2년동안 외은지점의 외채규모가 233억달러에서 788억달러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들이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본.지점 간 재정거래도 외채 증가의 주요인 중 하나다.

외은 지점들은 본점으로부터 달러를 빌려와 국내 은행들과 스와프거래를 하게 되며,이렇게 해서 보유하게 된 원화를 국채에 투자해 스와프금리와 국채의 금리 격차만큼을 수익으로 챙기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외은 지점의 외채 규모가 233억달러에서 788억달러로 늘어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위험한 상황인가

외채 증가의 근본 원인이 국가경제의 경쟁력 저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헤지거래와 재정거래라는 특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조선업체 등의 헤지거래 과정에서 생긴 외채는 같은 규모의 채권이 확보돼 있고,외은 지점의 재정거래도 본.지점 간 거래에 불과하므로 위험성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외화유동성 문제는 국가경제의 펀더멘털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어서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재정거래에 주력해 온 외은 지점이 보유 국채를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대외 지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대책은

대내외 금리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이는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그 외에 미시적으로 은행들의 단기외채를 규제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외환자유화 흐름에 맞지 않아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조선업체와 자산운용사들에 과도한 헤지거래를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