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정치는 장사에 비유되곤 하는데 사람의 마음을 산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정치는 장사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장사는 정해진 가격을 받고 팔면 되지만,정치는 무형의 마음을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심을 상대로 흥정을 해야 하니 그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흥정을 담당하는 인물이 '스핀 닥터(spin doctor)'다.

언론대책 홍보담당관,정치인 이미지 홍보전문가라 불리는데,대통령이나 내각 수반의 최측근에 서서 지도자의 눈과 귀 역할을 해 준다.

대통령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국민에게 알리는가 하면,듣기싫은 소리도 적절하게 포장해서 전달한다.

대표적인 스핀 닥터로는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의 딕 모리스와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아래서 막강한 힘을 과시했던 앨러스테어 캠벨을 꼽을 수 있다.

모리스는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사건에 휘말려 벼랑끝에 서 있던 클린턴을 구했고,캠벨은 영원히 집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노동당을 개조한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우리 정당도 스핀 닥터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한나라당은 당의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 원내 몇몇 의원을 중심으로 스핀 닥터팀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여기저기서 나오는 불협화음을 없애고 당ㆍ정간의 엇박자를 조율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청와대의 홍보특보 신설이나 행정부의 언론기능 강화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스핀'의 사전적 의미는 돌리거나 비틀어 왜곡한다는 것인데,후보의 좋은 면만을 부각시키는 홍보를 비꼬아 붙인 말이다.

스핀 닥터는 1984년 공화당의 레이건 후보와 민주당의 먼데일 후보간 TV토론이 끝났을 때 기자실에 각 진영의 홍보담당자들이 몰려 언론플레이에 열을 올리자,뉴욕 타임스가 이들을 스핀 닥터라 명명한 데서 유래됐다.

정치가 장사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진정한 마음이 소통될 때는 쉽게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