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화정역 인근에서 한신에리어타워 상가를 분양받았던 이민재씨(가명.56)는 두 달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상가 개발업체인 한신건영이 지난 3월26일 부도를 내면서 투자금 4억7784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비슷한 피해를 본 선분양자 14명과 함께 대책협의회를 만들고 법적대응에 들어갔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드러난 계약자 피해액만 100억원에 육박한다. 대책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선분양자를 포함하면 피해액은 수백억원 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씨는 "분양신고조차 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선분양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결코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구제를 받을 방법이 쉽지 않아보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한신에리어타워가 불법분양 중일때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고발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상가 사기분양 사건을 계기로 2005년부터 시행된 상가 후분양제가 유명무실화되면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굿모닝시티 사건은 상가 개발업체 사장이 투자자 3000여명에게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3500억원을 받아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이 골자다.

이후 정부는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건축의 분양에 관한 법률'을 바꿔 바닥면적이 3000㎡를 초과하는 상가는 후분양을 하도록 했다.

웬만한 근린상가와 쇼핑몰은 모두 준공승인이 떨어진 이후에 분양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법을 무시하고 선분양에 나서거나 편법으로 후분양제를 피해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관할관청은 규정만 탓하고 있어 제2의 굿모닝시티 사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신에리어타워의 사례처럼 '상가 선분양 규정'을 대놓고 어기는 경우도 많지만, 이른바 '쪼개기 분양'도 광범위하게 성행하고 있다.

3000㎡ 이하를 분양하면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상가 전체 중에서 한두개층씩 묶어서 미리 분양에 나서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분양된 상가에 투자하게 되면 개발업체가 망하거나 분양대금을 횡령하더라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분양되는 상가 가운데 절반 이상이 '쪼개기 분양' 물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분양신고를 하지 않는 등으로 법을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상가개발 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개발업체들의 위법이나 편법행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도 '쪼개기 분양'의 피해 가능성을 알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행정력이 모든 부분까지 완전하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소비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지방자치단체와 국토부가 굿모닝시티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 같다"며 "개발업체들은 상가 쪼개기 분양을 하기 위해 3000㎡ 이상 면적에 대해서는 임대업을 하겠다고 신고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임대를 하는지 분양으로 전환하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상가분양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투자자들은 반드시 개발업체의 분양신고 필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