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중앙은행이 금리를 전격 올리는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도미노식 금리인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
유가 등의 영향으로 촉발된‘I(Inflationㆍ인플레이션)’의 공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대신해 현재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금리인상은 자칫 지구촌 경제의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헝가리 현지 통신사인 MTI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중앙은행은 26일 기준금리를 현행 연 8.25%에서 8.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번 금리인상은 지난 3월 말 이후 벌써 세번째다. 이로써 헝가리 기준금리는 최근 두 달 새 무려 1.0%포인트 뛰었다.

올 4월 이후 금리를 인상한 신흥국가는 헝가리를 비롯,브라질 러시아 터키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10개국을 넘는다. 금리인상폭은 각 국별로 0.25~0.5%포인트다. 파키스탄이나 가나 등은 한번에 1.5~1.75%포인트를 올리기도 했다. 모두 식료품이나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겨냥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원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전력요금이 올라 인플레 압력이 커지자 지난달 금리를 연 11.5%로 끌어올렸다. 이집트는 4월 식품 가격이 전년 동월비 22% 올라소비자물가가16.4%뛰자 이달들
어 금리를 9.5%에서 10.0%로 인상했다.

석유 등 자원 수출로 경제가 윤택해진 브라질은 과열 소비를 막기 위해 3년 만에 금융긴축을 시작했다. 석유수출국인나이지리아는해외자본 유입 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금리를 지난달 0.5%포인트 인상했다. 러시아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달 정책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금리인상 후에도 신흥국들의 인플레 압력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있다. 나이지리아는 금리를 올린 후에도 수입 곡물 가격이 급등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2%에 달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신흥국에서 인플레 압력이 강화되고 있어 금리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