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수요 위축ㆍ공급 감소라는 동반 부진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이 일반 경기 사이클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동조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집값ㆍ땅값을 밀어올릴 만한 별다른 변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 또한 실망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공식 집값통계인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1~4월 중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전국이 2.2%,수도권은 3.8%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전국 1.6%,수도권 2.6%)에 비해 집값 오름폭이 크지만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집값은 과거와는 반대로 '북고남저(北高南低)'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북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구는 올 들어 넉 달 새 16.8% 오른 반면 강남구는 1.2% 오르는 데 그쳤다.

경기도 역시 의정부가 11.2% 오르는 사이 성남 분당은 1.2%,과천은 1.4% 각각 되레 떨어졌다.

규모별로는 소형 아파트가 강세다.

서울만 해도 소형 아파트(전용 62㎡ 이하)는 올 들어 넉 달 새 9% 오른 반면 대형 주택(전용 95㎡ 이상)은 0.7% 상승에 그쳤다.

유형별로도 아파트보다 단독ㆍ연립주택 가격이 더 올랐다.

이는 새 정부의 도심주택 공급 확대 방침과 총선 공약 등에 따른 뉴타운 개발 기대감과 이주 수요 증가,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대기 수요층의 소형 주택 매수세 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강남권ㆍ재건축ㆍ중대형 아파트는 △규제 완화 지연 △양도세,종합부동산세 회피 매물 증가 △대규모 단지 입주 쇼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방권 역시 미분양 누적 등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침체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반기에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 내부적으로 집값ㆍ땅값을 밀어올릴 만한 요인이 별로 없는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구매 수요가 위축돼 있는 마당에 강남권 입주 물량 증가,미분양 누적,상한제 시행 등에 따른 집값 추가 하락 기대감 등이 주택 수요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집값 향배의 복병으로 꼽히는 강남권의 경우 하반기에도 대단지 입주가 계속될 예정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주변 집값을 한동안 붙들어매거나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송파구에서만 잠실 주공2단지(5563가구ㆍ7월) 잠실 시영(6864가구ㆍ8월) 잠실 주공1단지(5678가구ㆍ9월) 등 5개 단지에서 무려 1만8900여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인근 강동구에서도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3226가구ㆍ9월)가 집들이를 시작하는 등 연내 강남권에서만 2만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미분양 아파트 역시 지난 3월 말 현재 13만가구를 넘어서 주택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유가ㆍ환율ㆍ원자재 가격 불안 등 대외 악재로 경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변수 역시 단기간 내에 변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서울 강북 등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국지적 집값 불안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섣불리 완화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다 보니 하반기 집값이 상반기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하반기 전국 집값(매매가격)이 1.7%,수도권은 2.1% 오르는 데 그쳐 상반기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에도 고가 주택,재건축 등에 대한 규제 완화 가능성이 희박하고 상반기 지속됐던 소형ㆍ저가 주택 중심의 수요 증가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뉴타운 추가 지정 보류 방침,재개발 착공에 따른 이주 수요 증가세 둔화 등과 함께 미분양 누적 등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들어 정부가 대출 규제나 양도세 등 규제완화책을 내놓을 경우 4분기 이후 주택 수요가 일부 회복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