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과 물가 불안으로 증시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촉발된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하반기 증시 전망도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미국 경제도 점진적 회복이 예상돼 하반기에는 상승장이 연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증시를 이끌 만한 뚜렷한 호재가 없어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하락장세는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지수 고점을 2100~2200 사이로 예상했다.

2300까지 바라본 증권사도 있었다.

올초와 비교하면 예상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2000은 넘어서지 않겠느냐는 게 중론이다.

유망 종목으로는 상반기 장을 주도했던 IT와 자동차가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환율이 우호적인 상황이라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조선 건설도 비중을 확대하라는 조언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금융업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신용위기를 촉발했던 미국 주택경기를 비롯한 실물경기가 하반기 이후 안정을 되찾아갈 것"이라며 "이로 인해 위험자산 기피 현상은 완화되고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 기업 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교보증권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 경제도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회복세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후반에 반등 국면으로 선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 시장이 미국 경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움직임을 보이며 상승 추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증권은 "신흥시장 안에서 글로벌 경제로의 융화를 가속하는 제도와 정책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아시아 공산품의 신흥 시장 수출 증가가 교역 성장의 주된 요인으로 자리잡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 유가와 이에 따른 물가 불안이 하반기에도 증시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내수도 살아나기 힘들다.

개선되고 있는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의 연간 이익증가율이 14%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코스피지수는 2000 아래에서 움직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과 중국의 저소득층 붕괴로 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해결할 만한 생산성 향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