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빙햄 IMF(국제통화기금)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 경제가 힘든 시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IMF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말했다.

빙햄 소장은 지난 27일 베트남 하노이시 리따이또에 있는 IMF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몇달 내로 IMF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은 근거없는 얘기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베트남 정부와 IMF의 지원에 대해 협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어떤 신호도 발견하지 못했으며 여기에 나와 있는 많은 국제기구들도 같은 견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 경제가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2007년 WTO(세계무역기구)가입 이후 일시에 대규모 자본이 유입됐는데 베트남 정부가 상황을 관리할 준비가 제대로 안돼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한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어 적절한 통화정책이 필요했지만 베트남 정부는 이처럼 복잡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으며 정부 내에 근거없는 낙관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빙햄 소장은 "앞으로 베트남은 추가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긴축과 유연한 환율정책이 중요하며 다음으로 재정정책을 전반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성장 지속을 위해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시장경제 경험이 부족한 은행시스템의 개혁이 최우선 과제이며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는 세제개혁과 우수한 인적자원 확보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의지에 대한 신뢰가 약한 만큼 이제는 정책구상보다 실행단계로 전환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빙햄 소장은 베트남 정부가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데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 정부는 외부의 조언에 매우 열려 있는 자세를 갖고 있으며 짧은 시간 내에 실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들에게 시장경제는 새로운 게임이고 낯선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행동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경제위기가 언제쯤 끝나게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향후 전개과정은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과감한 정책수단이 실행된다면 결과는 괜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베트남)=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