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한국인, 왜 협상에 약한가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광우병이 발생하면 바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미국과 추가 합의를 이뤄냈지만 반대 시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면서 이번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30개월 이상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면서 광우병 발생에 대비한 긴급수입 제한 조항(세이프 가드라고 한다)을 넣지 않은 것은 우리 측의 실수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지난달 16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한국협상학회(회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 주최의 한·미 쇠고기 협상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쇠고기 협상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쇠고기 수입월령 제한을 철폐한 대신 효과적인 세이프가드 조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쇠고기 협상이 협상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부의 대외 협상,심지어 대북 협상에 대해 논란이 빚어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중국과 마늘 협상을 했을 때나 노무현 정부 시절 칠레와 FTA 협상을 했을 때도 비판이 많았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협상에 미숙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쉽지만 전문가들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2002년 여름 한국협상학회에서 한국의 협상 문화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와 역사가 치열한 협상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우선 우리의 유교문화가 협상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교는 주로 상하 간 질서를 중시하고 실리보다 명분을 강조한다.

또 유교판 원리주의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주자학은 절대주의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상대성을 인정하고 주고 받는 협상과는 문화적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권위주의적 문화 아래에서는 갈등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부각시켜 토론하며 해결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쟁점을 조목조목 따지고 장단점을 논의해 결론을 얻어내야 하는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 까다로운 사람,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종종 특정인을 비난할 때 쓰는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협상은 국가는 물론 기업이나 개인들 간에도 매우 중요하다.

협상은 서로의 입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고려대 법대 박노형 교수는 흔히 협상을 전쟁으로 간주해 상대방을 어떻게 제압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협상은 어떤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