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만 해도 한 학년에 120명이던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올해는 34명으로 줄었습니다."(박근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지난주 '인터넷 경제가 세상을 바꾼다' 시리즈를 취재할 때 만난 박 교수는 한국 정보기술(IT)의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다.

교양과정을 마치고 2학년에 진급할 때 컴퓨터공학부를 지원한 학생이 크게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교수는 "더 큰 문제는 대학입시 수험생들이 전국의 의과대학 정원을 다 채우고 그 다음에 선택하는 게 서울대 공대라는 점"이라고 걱정했다.

국내 컴퓨터공학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김진형 KAIST 교수도 "한국의 IT인력 경쟁력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IT인력의 현주소가 어떠하기에 이런 한탄이 나오는 것일까.

"중국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시아지역 연구소에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다"(한국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말이 현실을 설명해준다.MS 아시아연구소에는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IT인재 300여명이 풀타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IT강국 한국에서 온 인력이 전무한 것."10년 전 교재로 공부해 자바 등 컴퓨터 언어도 제대로 모르는 공대 졸업생들이 미국 등 선진국 인력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관계자)는 지적도 나온다.

컴퓨팅(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의 부재가 '글로벌 IT인력의 부재'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그동안 IT산업의 기초이자 핵심으로 불리는 소프트웨어산업을 등한시한 결과 소프트웨어산업이 붕괴했고 연매출 100억원대인 중견 업체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되는 실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6월 말께 차세대 융ㆍ복합 기술을 집중 육성한다는 내용의 IT 정책 청사진을 내놓는다고 한다.

자원 외교와 IT 서비스 수출을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 중이라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정작 창의적인 IT 인재를 발굴,육성한다는 장기적인 전략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