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저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2동에 있는 '불도야지'란 상호의 돼지고기전문점을 사촌언니(김진숙)와 함께 얼마 전에 인수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명희(32)입니다.

점포는 답십리 재래시장 입구 골목길에 있습니다.

어머니 소유의 건물로 82.5㎡(25평) 규모에 테이블이 14개 놓여 있습니다.

인수한 점포는 사실 제가 3년 전 창업한 가게입니다.

이전에는 치위생사로 병원에서 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동대문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장소에서 식당을 열었습니다.

창업 이후 열심히 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루 매출 60만원에 월 5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메뉴 개발에 한계를 느꼈고 요리를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1년 여 전에 장사를 그만 두고 조리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조리사자격증을 한식.일식.양식.중식.복어요리 등 5개나 취득했습니다.

가게는 어머니께서 50대 중년 부부에게 위탁경영 방식으로 맡겼습니다.

그러나 영업이 지속적으로 부진하자 시설 권리금으로 1000만원을 보상해 주고 다시 인수했습니다.

비록 어머니 건물이지만 임차조건은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보증금 3000만원에 시설권리금이 1000만원이고 임차료는 월 130만원입니다.

현재 점포는 저가형 돼지구이 전문점인데 최근 2년 동안 인근에 돈데이,우스 등 저가형 체인점들이 들어서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불도야지'라는 상호도 체인점이지만 본사 지원이 부족하고 육류 공급단가도 높아 기존 업종을 그대로 끌고 나가기는 어렵습니다.

3년 전 경험을 살려 다시 창업에 나섰지만 그동안 시장 상황이나 경쟁 여건 등이 크게 달라져 어떤 업종을 택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자금이 넉넉지 않기 때문에 현재 설치된 시설을 최대한 이용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그동안 배운 요리 실력도 살리면서 재창업에 성공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 의뢰인은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창업해 열정적으로 영업한 결과로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비해 창업환경과 소비 트렌드,주변 여건 등이 많이 변했습니다.

장사를 그만두고 조리학교를 졸업하고 조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재창업에 도움이 되겠지만 1년여간의 공백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주변 상권 특성이나 건물 시설,투자 여력 등을 감안하면 의뢰인이 고려한 추어탕이나 보양탕 복어요리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는 것은 제약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시설 개보수에 많은 비용이 드는데다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아 위험 부담이 큽니다.

기존 시설은 전반적으로 선술집 형태의 컨셉트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메뉴가 도입돼야 합니다.

구이전문점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우선적으로 주꾸미구이나 매운소스를 곁들인 롤삼겹살 구이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가스로스터를 착화식 무연장치나 연탄구이로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고 비교적 상권이 오래된 지역에서는 푸짐하면서도 간이 센 메뉴일수록 호응도가 높습니다.

이런 점에서 주꾸미와 삼겹살은 대중성도 있고 객단가는 낮지만 추가 주문과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의뢰인의 요리 실력을 활용해 경쟁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양념 소스를 개발해 내놓으면 더욱 좋습니다.

의뢰인의 인건비나 동업 형태의 창업을 고려하면 손익분기점보다 다소 높은 하루 50만원,월 1500만원의 매출을 목표로 설정하고 홍보와 맛,서비스의 개선을 시도해야 합니다.

입지적으로 소비층이 열악하기 때문에 영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길게 잡은 것은 적절한 판단입니다.

입지적 특성을 고려하면 점심에는 상인들과 일부 직장인,저녁에는 가족 단위,심야 시간에는 젊은 층 위주로 고객층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간대에 따라 다른 고객들의 특성에 맞춰 메뉴를 추가로 개발해야 합니다.

점심 메뉴로는 4000원대의 부대찌개나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등이 적당합니다.

떨어지는 가시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면을 접이식 문으로 바꾸는 게 필요합니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분할된 유리면을 일체형으로 전환해 개방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새로 개점할 경우 고객이 맛을 접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전단지 배포,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개설 등은 기본입니다.

최소한 개점하기 일주일 전부터 전단과 일인분 무료 시식권 등을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개점 당일에는 무료 행사 등을 과감히 벌이는 게 좋습니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입지 ‥ 답십리 사거리 시장 안쪽, 유동인구 적은 토박이 상권


의뢰인의 점포는 답십리극장이 있던 답십리사거리 시장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답십리 일대는 서울에서 교통여건이 매우 불리한 지역으로,인구의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른바 '토박이'들이 많기 때문에 상권도 보수적인 특성이 강합니다.

인근 장안동 일대는 1만여 가구의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상권 자체가 급격히 변한 반면 답십리 일대는 SK아파트와 청솔우성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아파트 비율이 30%대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까지 노후된 일반 주택이 밀집해 있습니다.

인구 구성면에서는 30~40대가 3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자녀의 연령층이 10대 미만과 청소년층이 많기 때문에 교육 관련 업종과 생활 밀착형인 판매업,외식업이 비교적 활발한 상권입니다.

의뢰인의 점포가 소재한 청솔우성아파트 주변은 1980~90년대에 조성된 상가가 대부분인 노령화된 상권입니다.

또 임대아파트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고 아파트 문화보다는 일반 주택가의 보수적인 소비문화가 강하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생계형 소비 비중이 높습니다.

아파트 부근이지만 반대편 답십리 1동과 4동에서 찾는 고객 비중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점입니다.

또 답십리사거리가 아직까지 젊은 층을 많이 모이게 하는 기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객단가(고객 1인당 구매단가)가 낮은 아이템들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입니다.


걸림돌 ‥ 인근 상점 10시 되면 문닫아, 주변 컴컴해 심야영업 곤란


무엇보다 점포의 입지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대로변에서 보이지 않고 유입 도로도 비좁아 쉽게 스쳐 지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청솔우성아파트 주민의 지름길로 이용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통행을 위한 흐름이지 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동선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나마 집객 기능을 하던 재래시장도 영업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밤 10시 이후에는 상인들이 문을 닫아 캄캄해 지는 것도 심야영업을 어렵게 합니다.

또 상권의 소비 수준이 낮기 때문에 박리다매식 아이템 말고는 뾰족한 대안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보다 나은 입지 조건이나 환경을 갖춘 저가형 선술집 프랜차이즈나 숯불구이점 등 경쟁 점포들이 인근에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의뢰인의 점포는 가스불을 사용하고 전형적인 선술집 형태의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설 변경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는 한 업종 변경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전에 영업하던 중년 부부가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고객들에게는 다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준 것도 재창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업종 선택과 홍보를 위해 필요한 주고객층 설정도 애매합니다.

거리상으로는 아파트 주민을 주고객층으로 삼아야 하는 데 상권 특성상 젊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지 않고는 성공을 장담하기 힘듭니다.

가족 외식형이 좋을지,트렌디한 선술집 형태로 개선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

☞ 상담해 드립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은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영업 무료 컨설팅'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고민을 알려주시면 창업컨설턴트,상권분석가,음식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컨설팅 봉사단 자문위원들이 매장을 실사한 뒤 문제점을 진단,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 접수는 한경창업센터(www.hankyung.com/changup,02―2264-2334)로 하시면 됩니다.

-----------------------

☞ 도와주신 분


김형영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과장

최재희 한국창업컨설팅그룹 대표

박민구 맛깔컨설팅 소장

최재봉 연합창업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