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해외공장, 中ㆍ동유럽서 아프리카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신흥 개도국 임금 너무 올라 못버티겠다"
중국 광둥성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전자부품업체인 TDK는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1만5000명을 내년 3월까지 감축키로 했다.
현지 근로자들의 임금이 매년 두 자릿수로 뛰자 비용절감을 위해 '비상대책'을 강구한 것이다.
동유럽에서 자동차용 와이어 하네스를 생산하고 있는 스미토모전기공업도 현지 임금이 크게 오름에 따라 공장을 북아프리카로 옮기는 것을 추진 중이다.
중국과 동유럽 인도 등 신흥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대적인 해외 생산기지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고속 성장과 물가 상승으로 이들 나라의 임금이 치솟아 '저임금' 매력이 사라지자 현지 채용 인력을 줄이거나 아예 임금이 더 싼 곳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해외 생산전략을 발빠르게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기업의 해외전략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의 경우 도시 지역 근로자 평균 임금은 2007년 18.7% 뛰었다.
2004~2006년 중에도 연평균 14%대의 임금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이다.
중국 상하이의 근로자 1인당 연평균 임금은 지난해 기준 52만엔(약 520만원)에 달했다.
일본보다는 아직 적지만 지금 추세대로 임금이 계속 뛴다면 일본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란 게 일본 기업들의 우려다.
게다가 인력들의 이동도 잦아 노동력 부족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신노동계약법 실시로 퇴직금이 신설되고 해고가 어렵게 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진 것도 중국 진출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국기업에 우대해 주던 세제혜택이나 싼값에 제공받을 수 있던 토지도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TDK는 작년부터 300억엔 이상을 들여 광둥성 공장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복수의 공정을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다기능공'을 육성해 인원을 줄이더라도 생산능력은 축소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TDK는 자동화가 어느 정도 완성되자 현재 4만5000여명인 광둥성 공장 인력을 3만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중국이 올해부터 기업의 장기고용을 촉구하는 노동계약법을 시행했지만 인원 감축 계획은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 회사는 자진 퇴사와 계약 만료 등 자연감소와 인근 생산거점으로의 전환 배치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히타치제작소는 가정용 에어컨의 실외기 생산공장을 올가을 이후 아예 일본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일본 근로자들의 인건비가 중국보다는 비싸지만 부품 조달이나 제품 불량률 등의 측면에선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동유럽도 상황이 비슷하다.
스미토모전기공업의 동유럽 공장들의 인건비는 지난해 10~15% 상승한 데 이어 올해도 20% 안팎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현재 폴란드 등 동유럽 6개국에 14개 공장을 갖고 있다.
이들 공장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튀니지,이집트 등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인도와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지난해 평균 임금상승률도 15.3%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물가는 계속 뛰고 있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일본 봉제업체인 주키와 전자부품업체인 TTTI,신발업체인 치훙합자회사 등은 근로자들이 20% 이상 임금을 올려 달라며 파업을 벌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올초 베트남 남동부 냐짱에 있는 현대미포조선의 베트남법인 현대비나신조선소에선 현지 근로자 400여명이 임금인상 결정을 미룬 회사 측에 반발해 돌을 던지고 회사 기물을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