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증시가 급락했다.

정부가 5일부터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40% 이상 인상키로 하자 물가 불안과 경제성장률 둔화가 우려되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 말레이시아 증시의 KLSE지수는 3% 이상 하락한 1214.91(오후 4시 현재)까지 밀렸다.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부터 휘발유 가격을 ℓ당 1.92링기트(0.61달러)에서 국제유가 수준인 2.7링기트(0.87달러)로 42%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유 역시 ℓ당 1링기트에서 2.58링기트(0.80달러)로 63% 올렸다.

압둘라 총리는 "현 수준의 에너지 보조금을 계속 줄 수 없다"면서 "생활방식을 바꿔 에너지 낭비를 줄이지 않으면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는 정부가 석유회사에 막대한 보조금을 줘 미얀마와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유가를 유지해왔으나 이로 인한 재정적자가 올해만 450억링기트(1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유가 인상과 함께 전기료도 이날부터 사용량에 따라 26% 이상 인상했으며,이번 조치로 올해 137억링기트(44억1000만달러)의 재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 조치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 연 3%에서 연 4~5%로 오르는 반면 경제성장률은 연 5.5% 이하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연 6~6.5%에서 연 5~6%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아이디어 글로벌의 군디 카야디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의 에너지 가격 인상은 과감한 조치로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할지 모르나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 연 5.5% 이하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