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72시간 연속 촛불집회'가 각양각색의 시민과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3일째를 맞은 7일 집회에서는 아들.딸의 손을 이끌고 나온 젊은 부부 등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띠게 늘었으며 산발적으로 진행됐던 문화공연도 점점 대형화하면서 시민 모두가 즐기는 `대동의 장'을 떠올리게 했다.

◇ 가족단위 참가자 부쩍 늘어

이날 낮 오후 3시 시청 앞 광장. 밤에 있을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2천여 명의 시민들 중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상당수였다.

2∼3살 된 유아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젊은 주부도 있었다.

어른들은 광장 위 잔디밭에 펼친 돗자리나 텐트 안에서 광장 곳곳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고 아이들은 꽃모양, 동물 모양의 풍선을 손에 들고 뛰놀았다.

4살 난 딸을 데리고 부인과 함께 나왔다는 한모(38)씨는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다"며 "예전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정권과 싸웠는데 지금은 그것을 누리는 단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풍선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주던 김모(29.여)씨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혹시 심심해 할지 몰라 풍선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오늘 처음 집회에 나왔는데 무언가 하나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모(35.여)씨는 "이렇게 자유로운 시위 분위기가 너무 좋다.

자유스럽다고 해서 모두 흩어져있는 것도 아니다"며 "또다시 밤이 되면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문화공연 대형화·조직화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날수록, 참여 계층이 다양해질수록 더욱 풍부한 문화 공연들이 마련되고 있다.

문화연대는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광장 안에서 홍대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 노래패 꽃다지 등 11개의 노래팀이 공연하는 문화제를 열었고 무대 주변에는 400∼500명이 둘러앉아 흥겹게 박수를 쳤다.

진보신당이 운영하는 `칼라티비'가 주최하는 풍물패와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음악 공연도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쇠고기 반대 목소리를 수렴하는 방식도 점점 다양화하고 있다.

대학생 조직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은 둘레에 '이명박 아웃'이라는 문구가 쓰인 10m 길이의 대형 천과 물감을 준비해,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직접 손바닥 도장을 찍도록 했다.

미켈란젤로의 명작 `천지창조'를 이명박 대통령과 광우병 소가 등장하는 모습으로 교묘하게 패러디한 걸개 그림 등을 시청 신축공사 가림막에 설치해 놓기도 했다.

이들 그림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은 이모(47.공무원)씨는 "정말 역사적인 순간인 것 같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며 "글이나 그림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한국의 새로운 시민문화 같다"고 말했다.

◇ 참여 시민단체도 각양각색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삽질 제일'이라는 문구가 쓰인 안전모자와 삽을 든 인부가 나오는 퍼포먼스를 통해 `대운하 건설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시민들의 서명운동도 이끌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는 시민 1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주제로 세 번째 헌법특강을 진행했다.

한 시민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 어떤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나"라고 묻자 강사가 "헌법소원이라는 통로가 있으며 특히 헌법소원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도록 국민이 잘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사랑실천협의회 소속 회원들도 애완견 5-6마리를 이끌고 나와 `개고기 반대' `채식' 등을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이유미 송진원 기자 jslee@yna.co.krgatsby@yna.co.kr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