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올 하반기께 동남아시아 지역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를 검사.조립하는 패키징(packaging)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5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짓기 위해 동남아시아 각 지역을 대상으로 부지를 물색 중"이라며 "올 하반기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건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 공장 후보지로는 필리핀과 싱가포르가 유력하다"며 "투자비는 약 3000억∼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으려는 패키징 공장은 반도체 후(後)공정에 해당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에 격자 형태의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작업을 전(前)공정,각각의 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테스트)하고 회로를 붙여 완제품 전 단계인 '모듈'을 만드는 과정은 후공정으로 부른다.

예컨대 웨이퍼 위에 D램이나 낸드플래시의 초기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전공정이며,이렇게 만들어진 D램과 낸드플래시에 각종 회로를 연결해 메모리 카드나 그래픽 D램 등을 만드는 작업이 후공정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공정은 경기도 기흥,화성,동탄,미국 오스틴에 12개 라인을 보유하고 있고,패키징 공장은 충남 온양(6개 라인)과 중국 쑤저우(4개 라인) 등 두 곳에 두고 있다.

이 두 공장을 통해 전공정에서 생산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나머지 10%는 외부업체에 위탁 처리하고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쑤저우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중국 현지 인건비가 급상승하는 점을 감안해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신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대부분 생산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전공정과 달리 검사.조립 작업을 해야 하는 후공정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쑤저우 공장을 추가로 증설할 수도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더 작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새 공장을 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남아시아 공장 신설을 계기로 장기적으로 국내에는 첨단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전공정만을 담당하고 인건비 부담이 큰 후공정은 해외에 두는 방향으로 반도체 생산기지를 재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에 패키징 공장을 지으면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1개의 후공정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2위인 하이닉스의 후공정은 4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후공정을 추가로 확보함에 따라 그래픽 D램,모바일 D램,메모리 카드 등 고부가 반도체 생산물량을 대거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현예/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