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단체로 유람을 떠나는가 하면 해외 연수를 빙자해 전 일정을 관광으로 소화하는 등 공무원들의 해외 출장 백태가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감사들의 지난해 외유성 남미 연수를 계기로 국가.자치단체.공공기관 전반에 대한 '공무 국외여행 실태'를 감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다고 19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7년 5월까지 2년 반 동안 정부와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만7031명이 무려 9810억원의 경비를 쓰면서 공무 국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구 재정경제부,문화관광부,행정자치부 등 6개 중앙행정기관을 비롯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 등 8개 지방자치단체,금융감독원,한국전력공사 등 16개 공공기관을 포함한 총 30개 기관에 대한 실지 감사를 실시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 대부분은 공무가 아닌 관광을 목적으로 국외여행 계획을 잡은 경우다.

관광 위주로 일정을 잡은 국외 여행은 13개 기관에서 25건이 적발됐고 출장 목적에 맞지 않는 지역을 국외여행 방문지로 선정해 역시 주로 관광만 하다 오는 사례도 10개 기관에서 23건이나 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부산시와 산하 시.군 직원 16명은 외국 지자체의 재정운영 실태 연수를 목적으로 2005년 3월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를 열흘간 방문했다.

해당 도시들이 이미 '현지 사정상 시청 방문이 어렵다'고 통보한 상태였음에도 이들은 출장을 강행한 뒤 지역 주민의 세금으로 에펠탑,융프라우 등을 관광했다.

한국산업은행의 한 직원은 2005년 8월 창고증권(창고에 맡긴 물건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 인도 등과 관련한 은행 공무를 위해 이탈리아로 출장 간다고 해 놓고 아예 출장지인 이탈리아에는 들르지도 않은 채 파리 시내 관광만 하다가 귀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2005년과 2006년 각각 2회씩 무려 2억3000여만원의 경비를 집행해 가며 직원들을 해외 연수 명목으로 유럽 관광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5개 주요 민간기업 임원이 일주일간 미국 시카고를 여행할 경우 여비가 7500달러 정도 지급된 반면 공공기관 중에는 무려 1만2157달러를 여비로 지급한 사례가 있었다.

여비를 편법 조달하거나 떠넘기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산자부는 2006년 국제협력단 파견사업비 가운데 6800만원을 장.차관 국외여행 경비로 집행했고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농.수산물 안정기금 4300만원을 직원 여행 경비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해외 출장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고 배우자를 동반,유럽 여행을 다녀온 경기도 공무원을 비롯 26명에 대한 징계를 각 해당 부처와 지자체,공공기관 등에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경우 이번에 적발된 것과 같은 유형의 공무 국외여행은 아예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