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3000억원을 들여 중국의 대형 지방은행인 지린(吉林)은행 지분 20%를 인수한다.

국민은행이 최근 1조원을 들여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50%를 인수키로 한 데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 해외 은행 인수ㆍ합병(M&A)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년여를 괴롭혀 온 세금 추징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국내외를 망라한 M&A 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중국 지린은행과 지린은행 지분 20%를 인수키로 합의하고 중국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지린은행은 지난해 10월 창춘시 상업은행과 지린시 상업은행,랴오웬시 도시신용사가 통합해 설립된 지점 수 210여개 규모의 지린성 내 최대 은행이다.

하나금융이 이 은행 지분 20%를 인수하는 데엔 3000억원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참여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주 지린은행 행장이 방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중국에선 외국인이 현지 은행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상한선이 20%"라며 "이번 지분 참여를 통해 지린은행을 중국 동북 3성 현지은행 인수 및 북한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앞으로 지린은행과 자금 및 국제금융,신용카드,전자금융,리스크 및 부실대출 관리 등 포괄적인 부문에서 업무협력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현재 서울과 신의주,동북 3성을 연결하는 '신(新) 실크로드' 구상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중국 지린은행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뒤 지분참여를 추진해 왔다.

하나은행의 지린은행 지분 참여에 대한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의 승인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류밍캉(劉明康) 중국 은감위 주석과 면담한 뒤 "하나은행이 지린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하나은행이 동북3성 지역에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린은행 지분 참여 노력을 하고 있다며 류밍캉 주석에게 협조를 요청했더니 적극 해결하겠다고 확약했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중국내 영업망을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유한공사로 전환해 중국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 개인 대상 인민폐업무 인가를 취득,중국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인민폐 예금과 프라이빗뱅킹(PB),신용카드 영업 등이 가능해졌다.

하나은행유한공사는 납입자본금 20억위안(2600억원 상당)으로 현재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7개의 영업점망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 달 중 창춘 분행을 개점하는 등 2012년까지 중국 내 영업망을 총 42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한편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미국 동북부를 영업 기반으로 하는 노아뱅크에 400만∼500만달러가량을 투자해 지분 24%를 인수하기로 노아뱅크의 대주주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아뱅크의 자본금은 1500만달러로 현재 뉴욕과 뉴저지ㆍ필라델피아 등에 10여개의 지점을 갖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미국의 교포은행 커먼웰스비즈니스은행 지분 37.5%도 인수,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