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카드 밀어 붙이면 미국의 보복·압력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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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론대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시키게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양자협정 위반이라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또 미국 내 민간업자 간 자율규제만으로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유통되는 모든 쇠고기의 원산지와 월령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과 바른FTA본부,바른사회시민회의는 2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쇠고기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와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소설가 복거일씨,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정인교 바른FTA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원목 이대 교수는 '쇠고기 재협상의 국제법적 평가와 실익분석'의 발제자로 나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국내 보완입법이라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100% 수입금지하긴 어려우므로 정부는 이를 시인하고 수입될 가능성이 있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수입위생 조건은 협의.가서명 단계라 협약 무효화 가능 등의 일부 주장은 국제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억지로 쇠고기협정을 파기하고 얻지도 못할 재협상카드를 밀어붙이면 역사상 최초로 양자협정 위반이라는 판도라 박스를 열게 된다"며 "더 큰 힘을 가진 미국의 유.무형 보복과 압력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발제자로 나선 동국대 곽노성 교수도 "쇠고기 협상이 잘못된 것은 사실이지만 재협상 용어의 사용은 미국에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장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추가협상은 미 정부가 공정증명(PV)이나 품질제도평가(QSA) 형태로 간접 보증하고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금지 기간에 대해 특정기간을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선책은 된다"고 평가했다.
패널간 토론에서 복거일씨는 "시민의 절대적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고 전제한 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이지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위험의 확률이 아니므로 정부가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송원근 연구위원은 "시민 의견이란 명목으로 포퓰리즘을 이용하는 이익단체의 접근을 막으려면 통상절차법을 만들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현재 상황을 나무(쇠고기)만 보고 숲(국제통상)은 간과했다고 빗댔다.
허 교수는 "추가협상으로 자존심이 상한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말했다.
정인교 바른FTA대표는 "한우가 더 안전하다는 증거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추가협의를 통해 개선된 검역 기준을 무시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촛불집회를 계속하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정 대표는 "재협상 논란은 실익이 없는 만큼 덮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송형석 기자 likesmile@hankyung.com